
“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신의 이름이라고 했어요”
여자는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묻지 않았다.
레아에게 고통을 되새김질 시키고 싶지 않아서다. 게다가 누구인지 기억해 낼 수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내몰리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가요……”
그런데 레아는 자신이 말하고도 어딘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몹쓸 짓을 한 사람이 말한 대로 아기의 이름을 지어도 되나?’하는 생각에서다.
여자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이제 그런 꿈은 잊어. 아기도 있는데 새 마음으로 잘 살아야지”
“…… 네에”
레아는 자신이 생명을 걸고 낳은 아기, 아틀라스를 꼭 껴안았다. 라바움신께서 왜 자신에게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께서 허락한 단 하나의 혈육이었다.
‘아틀라스, 엄마가 지켜 줄께’
아틀라스를 낳고 100일이 지나자 마을 사람들은 레아를 성 밖으로 내보냈다.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를 마을에 살게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레아가 성 밖으로 쫒겨 나던 날, 성 안에 남아 있던 먼 친척들은 레아와의 의절을 선언했다.
친척과 마을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레아는 아틀라스를 데리고 천막촌을 전전해야 했다.
봄이 되면서 얼어 죽을 걱정은 덜했지만 문제는 먹고 사는 것이다. 젖먹이인 아틀라스를 데리고 레아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집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했다. 하지만 그것도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더 이상 팔아치울 물건이 없어 레아가 절망하고 있을 때다. 생각지도 못한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 몰래 레아의 천막 안에 음식과 돈을 넣어 주기 시작한 것이다.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덕분에 레아는 살아 갈 수 있었다.
3월, 성 안쪽에서는 “라바움 신이 처음으로 빛을 가져다준 날”의 축제가 한창이다. 늦은 밤이지만 하층민들이 살고 있는 천막촌도 나름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즐긴다고 해봐야 성 안쪽에서 음식을 주어다가 나눠 먹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한 청년이 레아의 천막에 음식을 밀어 넣고 돌아섰다. 망설임이 없는 익숙한 동작이다.
남자가 몇 걸음 떼었을 때다.
“고마워요”
어느새 레아가 천막 밖으로 나와 있었다.
청년은 석상이라도 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들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둔 말들도 많았다. 그러나 청년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레오디나스 님……. 은혜는 잊지 않겠어요”
레아는 균형 잡힌 청년의 뒷모습만 봐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시장의 집에서 일을 하면서 몇 번이나 대화를 나누었던 레오디나스다. 언제나 따스한 눈길로 바라봐 주던 레오디나스. 그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다녔다.
눈앞에서 그때의 레오디나스가 천천히 돌아섰다.
기사 서임을 앞두고 있다는 레오디나스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레오디나스는 “겨울의 성”에서 온 기사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