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있다는 듯 여자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떠올랐다. 일체의 악의(惡意)가 느껴지지 않는 아름다운 미소였다. 그녀의 입가에 묻은 붉은 피만 아니라면, 손에 들린 게 인간의 팔이 아니라면, 누구라도 함께 웃어줄 만큼 선한 미소였다.
지난해 가을에 시작된 이상 현상은 봄이 되자 극심해 졌다.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물이 끓어 넘쳤다. 대부분 문헌상으로만 전해지던 괴수(怪獸)들이었지만,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 괴물도 많았다. 그 바람에 대부분의 도시가 피폐해졌다. 무역로가 막히는 바람에 물자가 통하지 않아서다. 다른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도시의 피해가 더 컸다. 황도(皇都)와 왕도(王都)를 포함한 대부분의 도시가, 지방에서 식량이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하루에 두 끼만 먹어도 잘 먹었다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무역로가 변변치 않은 변방의 도시 크레온은 더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어둠의 숲을 장악한 마물 덕분에 완벽하게 고립된 까닭이다.
참다못한 크레온의 시장 라미우스 남작은 대대적으로 용병을 모집했다. 크레온과 근방에 거주하던 용병들이 벌떼처럼 시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용병들에게도 마물의 퇴치는 중요했다. 각지를 떠돌아다니며 의뢰를 수행해야 하는 용병들에게 마물은 공공의 적이었던 것이다.
크레온에 머무르고 있던 클라우드 용병단도 예외는 아니다. 다른 도시로 떠날 시기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그들에게 시장의 용병 모집은 가뭄 끝의 단비였다.
시청의 광장에서 라미우스 남작과 계약을 한 용병단은 무려 6개나 됐다. 하나의 용병단이 최소한 30명 이상이니, 적어도 180명 이상이 동원된 셈이다.

클라우드 용병단의 단바가 멀리 보이는 라미우스 남작을 보며 중얼 거렸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
토카이가 의아한 얼굴로 단바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계약한 용병단만 6개야. 그런데 시장은 용병 모집 광고를 철거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뭐?”
“마물이 그 정도로 무서운가?”
“아직 소문도 못 들었어? 보통의 경우 병사 50명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지금 용병단이 6개나 계약을 했다고. 이상하지 않아?”
마침 지나가던 클라우드 용병단의 단장 막심이 한마디 툭 던졌다.
“너무 신경쓰지 마라. 그만큼 크레온의 사정이 나쁜 거라고 생각한다”
막심의 말에 단바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아도 물자교류가 어렵던 크레온이니 시장이 초강수를 둘 만도 했다.
라쿠보가 입맛을 다시며 중얼 거렸다.
“쩝, 우리도 블러드 용병단처럼 진즉에 왕도로 빠져 나갔어야 하는데. 같은 마물 퇴치라도 왕실에서 주는 돈이 더 짭짤하지 않겠어?”
막심이 피식 웃으며 라쿠보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는 또 왕도에 나간 레오 생각이냐? 아서라. 그놈이 화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
“단장님, 저는 진짜 순수하게 수입적인 차원에서 한 말입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겠군. 왕도에서도 용병단을 파견했다고 하니까. 어쩌면 블러드 용병단도 어둠의 숲으로 올지 모른다”
“예? 블러드 용병단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