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레오디나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인 이상 그래야 한다. 이 자리에서 둘 중 하나가 죽어야 한다면, 죽을 사람은 자신이었다.
문득 마물 칼라후가 인상을 찌푸렸다.
가슴이 또 제멋대로 뛴다.
아주 마음에 드는 먹이를 봤을 때도 이정도로 두근거리지는 않았다. 눈앞의 저것은 먹이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
레오디나스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그리고 슬픈 눈으로 레아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용병이든 마물 칼라후든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레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찬찬히 살펴보니 몸에 대여섯 개의 화살이 박혀 있다.
‘아아!’
그제야 레오디나스는 현실의 무게를 새삼 인식했다. 레아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지금의 그녀는 칼라후라는 이름의 상급 마물일 뿐이다.
‘레오디나스여, 너는 무엇을 하려는 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던 레오디나스는 레아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미련 때문이다. 비록 마물이 되었다고 해도 살아 있는 레아의 얼굴을 만져보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마물 칼라후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
시간이 멈추었다.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오디나스의 떨리는 손이 레아의 얼굴에 닿기 직전이다. 가슴 졸이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크라우스 백작이 소리를 높였다.
“쏴라!”
'슈슈슉. 슉슉'
뒤늦게 도착해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석궁수들이 쉬지 않고 화살을 날렸다.

레오디나스도 크라우스 백작의 외침을 들었다.
순간 본능적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자신과 레아를 조준하고 있는 석궁수들이 한눈에 보였다. 멀지 않은, 치명적인 거리다.
레오디나스는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랐지만, 모든 일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났다.
공포에 사로잡힌 용병들이, 칼라후와 레오디나스를 향해, 일제히 석궁을 쐈던 것이다.
레오디나스는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마음 한편으로는 ‘이대로 레아와 함께 죽고 싶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레오디나스의 소박한 바람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돌연 마물 칼라후가 손으로 레오디나스의 어깨를 후려 쳤던 것이다.
'크윽!'
답답한 비명과 함께 레오디나스의 몸이 한쪽으로 날아갔다.
동시에 칼라후가 석궁수들을 향해 달려갔다.
'파팍. 팍'
칼라후의 뒤쪽에 있던 바위에서 불꽃이 튀었다. 목표를 잃은 화살이 바위로 날아갔던 것이다.
그렇다고 칼라후가 화살을 모두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허벅지와 가슴에 화살이 박혔다.
'꺄아아아-'
칼라후의 입에서 끔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기사와 용병들은 좋아할 틈도 없었다.
칼라후의 목소리에 담긴 미증유의 힘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전설에 나오는 드레곤의 피어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