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라후의 몸에 다시 십여 개의 화살이 박혔다.
놀란 석궁수들이 다시 화살을 장전 하려는 순간이다.
칼라후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그것은 치명상을 입은 마물의 모습이 아니었다.
“꺄아아아-”
다시 칼라후의 소리가 어둠의 숲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통 속에서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라, 순수한 피어였다.
영악한 칼라후는 조금 전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힘을 깨달았다. 그래서 입으로 피어를 쏘아대며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칼라후의 손짓에 앞을 막아선 모든 것이 박살났다.
'콰지직. 퍽'
겨우 서있던 용병단장과 기사들의 몸이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단숨에 석궁수들에게로 달려간 칼라후는 양떼에 뛰어든 사자처럼 살육을 즐겼다.
“아악!”
“끄아아악”
용병들의 처절한 비명이 어둠의 숲을 흔들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레오디나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넋이 나간 눈으로 칼라후를 바라보았다. 허공으로 뻗친 산발한 머리카락과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혈광, 그리고 용병들의 머리를 뽑고 있는 손의 주인은……. 레아였다.
“레아……”
처음에는 마물 칼라후의 몸 어딘가에 레아가 잠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레아는 칼라후에게 잡아 먹혔다.
칼라후가 왜 자신을 단숨에 죽이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걸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그것과는 다른 일이니까.
레오디나스는 바닥에 뒹굴고 있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거의 창이라고 생각될 만큼 큰 대검(大劍) 모이라(moira). 가출할 당시 부친이 남몰래 소장하고 있던, 신도 죽일 수 있다는 최강의 금속 페르소늄을 훔쳐내 만든 평생의 지기(知己).
“레아, 나를 용서하지 마라”
레오디나스가 대검 모이라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피에 젖은 마물 칼라후를 향해 걸어갔다.
'스르르릉'
대검의 끝이 지면을 긁는 소리가 울렸다.
용병의 머리를 움켜잡고 막 뽑으려던 칼라후가 멈칫 거렸다.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먹이가 움직이고 있다. 아직 그 먹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생긴다.
“끄으으으……”
칼라후에게 머리를 잡힌 라쿠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힌 라쿠보의 발끝으로 오줌이 흘러내렸다.
칼라후는 용병의 머리를 잡은 채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