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잔병들의 입을 통해 기사단 개개인이 전설에나 나옴직한 소드 마스터 급의 무력을 가졌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이 돌았다.
“사이러스 전하, 수백 년을 이어온 왕국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전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결단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황제의 사자로 온 파르시온 남작이 자못 정중한 태도로 사이러스 왕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사이러스 왕이 타는 듯한 눈으로 파르시온 남작을 노려보았다. 왕궁의 기록에 의하면 과거 아틀란티스 제국 시절에도 저 정도로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크레온을 제국의 직할령으로 양도해 달라고 했소?”
“정확하옵니다. 이그너스 13세 폐하께서는 오직 크레온 만을 원하십니다”
“허허! 어느 날 갑자기 제국의 사자가 와서 도시 하나를 달라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구려. 파르시온 남작이라고 하셨소?”
“그러하옵니다”
“내 궁금해서 그러는 것이니 오해 없이 들어 주시오. 귀공이 아무 왕국에 가서 도시를 달라고 하면 왕들이 순순히 내어 줍디까?”
“상대에 따라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고,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파르시온 남작이 극적인 효과를 위해 잠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사이러스 왕과 시선을 맞춘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이그너스 13세 폐하의 뜻대로 되었습니다”
“끙! 숙소로 돌아가 계시오. 3일 이내에 결과를 알려 드리리다”
“그럼 3일 후에 뵙도록 하지요”
파르시온 남작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미련 없이 돌아서 나갔다.
제국의 사자가 나가자마자 어전회의(御前會議)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귀족들은 “도시를 내주자”는 측과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측으로 갈려 서로를 비난했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사이러스 왕은 크라우스 백작을 바라보았다.
“경의 생각은 어떻소? 이그너스 13세가 우리 왕국에까지 기사단을 보낼 것 같소?”
사이러스 왕이 그렇게 물은 것은 이그너스 제국이 수행하고 있는 전쟁이 워낙 많아서다. 현재 이그너스 제국은 북방의 이민족을 견제하면서 남방의 3개 왕국과 전쟁 중이었다. 만약 크로노스 왕국까지 전쟁에 가담하면 남방 4개국과 전쟁을 하는 꼴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크로노스 왕국은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한지라 제국이 손을 쓰기 쉽지 않다. 제국과 크로노스 왕국의 사이에 있는 나라도 2개나 된다. 그들은 아직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제국 기사단이 그들의 영토를 밟으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전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잘 모르겠사옵니다”
“허어, 경이 그렇게 말하다니 뜻밖이구려”
크라우스 백작은 열혈의 기사라 어정쩡한 것을 싫어했다. 그런 만큼 그의 대답은 사이러스 왕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