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의 제국은 과거 우리가 알던 제국이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아무리 군사력에 자신이 있다 해도, 북방은 물론 남방 3개국과 동시에 전쟁을 수행 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일이옵니다. 그런데 제국은 신하가 되기를 자처한 왕국에 군대를 요청하지 않고, 오직 자신들만의 힘으로 대륙 각지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사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전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사옵니다”
“흐음! 확실히 그 점은 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소. 오죽하면 제국 기사단의 기사 하나하나가 다 소드 마스터와 같은 무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까……”
“그런 짐작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인해 제국이 기사단을 보낼지 아닐지 알 수가 없다고 한 것이옵니다. 이미 그들이 일으킨 전쟁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니 옵니까”
“그래도 제국의 사자에게 사흘 후에는 답을 해줘야 하오. 경의 생각은 어떻소?”
잠시 생각하던 크라우스 백작이 단호한 음성으로 답했다.
“과거 아틀란티스 제국의 시대에도 도시 전체를 징발당하지는 않았사옵니다. 전하에게는 충성스러운 엘리시안 기사단이 있지 않사옵니까? 뜻대로 하시옵소서!”
“……”
사이러스 왕은 물론 귀족들까지도 입을 다물었다.
크라우스 백작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이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다. 게다가 그는 직접 기사들을 이끌고 전장으로 달려 나가는 기사들의 우두머리. 일단 화려하게 말만 앞세우는 보통의 귀족들과 차원이 다르다.
귀족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사이러스 왕의 입을 바라보았다. 사이러스 왕이 싸우라고 하면 크라우스 백작은 망설이지 않을 것이었다.

“경의 충성된 마음은 잘 알았소. 아직 약속한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동안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 봅시다”
그렇게 어전회의는 끝이 났다.
뿔뿔이 돌아가는 귀족들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이러스 왕도 크라우스 백작 못지않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 자존심 하나로 왕국 기사단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이러스 왕은 물러가려는 크라우스 백작을 따로 불러 세웠다.
“경은 지금 즉시 왕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용병단의 숫자와 가용인원을 파악해 두도록 하게”
“알겠사옵니다”
“크레온의 영주가 라미우스 남작이던가?”
“그러하옵니다”
“유사시 그에게 용병 부대를 지휘 할 수 있도록 지휘 체계를 갖추어 두게.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테지”
“현명하신 결정이십니다”
“그리고 라인 공국과 블라바드 공국에 친서를 전해 주었으면 하네”
“……”
크라우스 백작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사이러스 왕을 바라보았다.
라인 공국과 블라바드 공국은 확대된 제국의 전선(戰線)과 크로노스 왕국의 사이에 있는 독립 국가들이다. 그들에게 보낼 친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결국 사이러스 왕은 전쟁을 결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