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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58. 아버지의 이름으로(8)

아버지의 이름으로(8)

쿠베라가 아틀라스를 데리고 간 것은 핏줄에 대한 본능적인 이끌림도 있지만, 그보다는 아틀라스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생은 쿠베라의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아틀라스를 만났을 때 길르앗 가문에 은혜를 갚기 위함이라고 말한 게 걸림돌 이었다. 아틀라스는 -먹고 살기 위해서든지 혹은 쿠베라를 위해서라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그마치 3년 동안이나 말이다.

쿠베라는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오랫동안 벼르고 있던 말을 꺼냈다.

“이제 슬슬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일이요?”

아틀라스는 그동안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마음속으로 깊이 따르던 레오에게 엄마를 잃은 슬픔은, 3년 만에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쿠베라는 자기 입으로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아틀라스는, 쿠베라가 하는 말의 의미를 좋게 해석했다.

“아직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이라는 말에 쿠베라의 얼굴 근육이 꿈틀 거렸다.

3년 동안이나 먹이고 입혀 주었는데 아직이란다.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했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뭔가를 누를 길이 없다.

“그럼, 언제쯤 일을 할 생각이냐?”

쿠베라의 음성이 딱딱해지자 아틀라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쿠베라의 분위기가 평소와 다른 것 같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58. 아버지의 이름으로(8)

“쿠베라씨, 제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건 아니다만, 보통의 아이들은 12세에 일을 시작하지 않느냐? 그런데 너는 벌써 15세다. 지난 3년간 놀고 먹었으니 이제는 슬슬……”

“하나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라”

쿠베라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만약 눈앞에 보이는 이 녀석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때려 죽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자신도 백수건달로 지내고 있지만, 아틀라스처럼 어릴 때부터 빈둥거리지는 않았다. 부정(父情)이 뭔지, 3년간이나 놀고먹는 녀석을 보고 있으면서 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다.

“저의 외가(外家)와 어떤 관계이신지 늘 궁금했습니다”

“……”

쿠베라가 지긋지긋한 눈빛으로 아틀라스를 바라보았다.

아틀라스의 외가는 당연히 길르앗 남작가다. 또 그 빌어먹을 -그리고 있지도 않은- 은혜를 입에 올리려는 것이리라.

‘이놈아! 내가 네 애비다!’

쿠베라는 아틀라스의 귀청이 떨어지도록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심정이라니! 그런데 아들이란 녀석은, 뻔뻔스럽게도, 대접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저 질문은 “당신이 입은 은혜가 뭔지 생각하라”고 에둘러 말하는 것이었다. 레오디나스에게서 뺏어 올 생각으로 대충 둘러댄 말이 이토록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힐 줄은 몰랐다. 무려 3년간이나 반복되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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