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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83. 죽음의 회랑(11)

죽음의 화랑(11)

어디를 봐도 뾰족한 산 봉오리 뿐이다. 그러니 애초에 ‘험준한 봉오리의 반대로 가면 입구다’라는 식의 생각은 할 수 없었다.
엘리시안은 기사단의 생존 훈련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올려 풀뿌리를 골라 먹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낮아진 기온으로 식용 가능한 풀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굶주림의 고통 속에서 엘리시안은 용병을 잊었다.
이제는 먹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그래야 자신이 생존할 수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이루어야 할 목표가 없지 않은가!


그건 죽음의 회랑에 서식하는 몇 안 되는 마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먹이가 부족한 곳이다.

거대한 뱀, 아니 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커서 전설에 나오는 드래곤처럼 보이는 뱀이 갈라진 혀를 낼름 거렸다.

'츄릿. 츄릿'

설인의 영역에서 자신의 영역으로 뭔가 들어 왔다.

그건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풍겼지만 먹잇감에는 틀림없었다.

뱀의 머리에 돋아난 두 개의 뿔이 흥분으로 가볍게 떨렸다.

게다가 이 먹이는 자신의 영역에 들어 와서는 조금도 주변을 경계하지 않았다. 마치 ‘빨리 잡아먹어 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것 처럼 말이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83. 죽음의 회랑(11)

생태계에 적이 없는 뱀은 저돌적으로 먹이를 향해 이동했다.

둘레가 2미터가 넘는 몸통이 움직이자 나무와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두두두둑'

엘리시안은 뭔가 요란하게 다가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던 엘리시안의 입에서 뾰족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악!”

뱀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뱀이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미끄러지듯 달려오고 있었다.

엘리시안은 칼을 뽑아야 한다는 것도 잊고 뛰기 시작했다.

뱀에게 잡아먹히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남은 기운을 모두 쥐어짰다.

하지만 뱀의 속도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뒤통수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자 엘리시안은 본능적으로 칼을 뽑아 뒤쪽으로 휘둘렀다.

'카강'

바위를 치는 소리와 함께 칼이 튕겼다.

엘리시안의 손아귀가 찢어지며 피가 점점이 떨어져 내렸다.

피 냄새에 광분한 뱀이 기다란 꼬리로 엘리시안을 감아 왔다.

엘리시안은 칼로 꼬리를 찔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스터 급의 블레이드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최상급 마물이라는 뜻이다. 설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는 최상급 마물이다. 제국에서 마물을 처치하러 다닐 때도 들어 본 적이 없는 최상급 마물이, 왜 이곳에는 변두리 왕국의 개떼처럼 들끓는 것일까?

짧은 시간에 원기를 다 쏟아낸 엘리시안의 손이 아래로 축 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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