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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84. 죽음의 회랑(12)

죽음의 화랑(12)

막 뱀이 엘리시안의 몸을 휘감으려는 순간이다.
'크워어어'

절벽을 타고 달려온 설인이 뱀의 머리로 뛰어 내렸다.

'콰드드득. 콰르르'
곧이어 뱀과 설인의 혈투가 벌어졌다.

설인을 증오하던 엘리시안이지만 이 순간 만큼은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덜덜 떨며 서있는 엘리시안의 손을 누군가 잡아끌었다.

“따라와요. 저것들 싸움이 끝나면 그다음은 우리차례가 될 테니까”

“아!”

엘리시안은 인간의 소리에 왈칵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이내 마음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용병이다’

그는 자신이 끌고 가거나 목을 베어 가야 하는 적이다.

당장 칼을 뽑으려고 했지만 손발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엘리시안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그런 엘리시안을 보고 있던 아틀라스가 성큼 성큼 엘리시안에게 다가갔다.

“힘이 다 빠진 거에요? 그럼 실례 할게요”

아틀라스는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두 손으로 번쩍 안아 들었다. 기운이 강해져서 인지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소녀를 안은 아틀라스는 두 마물을 뒤로하고 달려 나갔다.

10분 정도 달렸을까?

기운을 회복한 엘리시안이 차갑게 말했다.

“그만 내려줘요”

“……”

어쩐지 원한어린 음성에 아틀라스는 저도 모르게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아, 걸을 수 있겠어요?”

아틀라스는 소녀를 내려놓았다.

소녀는 땅에 두 발로 우뚝 서자마자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제국 근위기사단의 엘리시안 남작이에요. 당신을 체포하기 위해 이곳까지 왔어요. 어떻게 할 건가요? 순순히 나를 따라 올 건가요? 아니면 이 자리에서 죽을 건가요?”

“뭐? 근위기사?”

아틀라스가 놀란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단 한 번도 제국의 근위기사들을 본적이 없어서 소녀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백인부대와 달리 자유로운 복장이라서 일단 구했는데, 하필 근위기사였다니?

그러고 보니 흙과 먼지로 얼룩진 가슴 부위에 무슨 문양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너무 때가 타서 잘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당신은 나를 잡으려고 온 건가?”

“그래요. 그게 아니라면 전쟁 중에 기사가 적군 용병을 왜 따라 왔겠어요”

엘리시안은 양심의 가책 때문에 더 차갑게 말하려고 애썼다.

비록 생명의 은인이기는 하지만 이 용병 때문에 기사단 하나가 몰살당했다. 죽은 기사들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봐 그전에, 더 뛰어야 할 것 같은데”

아틀라스가 엘리시안 남작의 뒤쪽을 보며 중얼 거렸다.

“무슨……. 꺄악!”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엘리시안이 비명을 내질렀다.

온몸에 피 칠을 한 설인이 씩씩 거리며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설인을 보던 아틀라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식들, 근성이 없네. 끝을 안 보고 도망 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다시 자신들을 쫒을 리가 없다. 그 싸움에서 어느 한 쪽이 이겼다면 지금쯤 상대를 잡아먹느라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지?”

아틀라스가 동의를 구하는 눈으로 엘리시안 남작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그녀가 칼을 뽑고 몽니를 부리면 괴로워진다.

“나, 나는, 아직 달릴 힘이 없어요”

원기를 잃은 상태에서 남의 손에 안겨 오다 보니 아직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쯧쯧! 그러면서 누굴 잡겠다고”

아틀라스가 다시 소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기분이 묘했다.

상대는 당장 죽여도 시원치 않은 제국의 기사다.

마음 한편으로는 혼자 가버리고도 싶었지만, 사람을 마물의 먹이로 줄 수는 없었다.

'타타타탓'

아틀라스가 가볍게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용병의 품에 안겨있던 엘리시안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아무리 봐도 자기나이 또래밖에 안되 보이는데, 설인보다 더 빠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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