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틀라스는 강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잠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욕(水浴)으로 축 늘어진 엘리시안을 위해 마른 나무를 주워 다가 모닥불을 피웠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모닥불을 응시하던 엘리시안이 생각난 듯 말했다.
“전쟁은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요. 제국의 3군단이 참전 했으니까, 삼각동맹이 피해를 많이 봤겠죠?”
엘리시안이 아틀라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 거렸다.
“우리 이제 어떻게 될까요?”
“……”
아틀라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엘리시안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바람을 들어 줄 수는 없다. 그 이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가르쳐 준 사람은 밥 일림의 마르티오다. 그렇다고 그가 하라고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르티오 처럼, 아틀라스는 자신이 끝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믿었다.
“아틀라스, 만약 제국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다면……. 나와 함께 프라우드 남작가의 영지로 가요. 거기서 새 출발 하면 되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에요”
“밥 일림의 마르티오 님이 기억나요?”
“……”
대답대신 엘리시안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르티오의 이름이 나온 것은 역시 그 이유 때문이리라. 어머니를 마물로 만든 것들에 대한 복수.

“제국의 마탑에 복수라도 할 생각인가요?”
“난 솔직하지 못했습니다”
“뭐가요?”
“지금까지 나는 어머니를 죽인 레오를 원망했습니다. 원수가 누군지 잘 몰라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했던 거죠”
“그래서 제국의 마탑을 없애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제국의 마탑은 아무나 접근 할 수 없어요. 50명이나 되는 근위기사가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고요”
“나도 혼자 갈 생각은 없습니다. 용병길드를 통해 국왕과 담판을 지을 겁니다. 제국에서 오리하르콘을 만들어 전쟁이 발발 했다는 걸 알면, 왕국에서 나를 도와 줄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망하지 않았다면 도울 지도 모르죠. 하지만 삼각동맹의 왕국들은 이미 세상에서 사라졌을 거에요. 벌써 이십일이나 지났잖아요”
“국왕이 돕지 못한다면 나 혼자라도 할 겁니다”
“제국을 상대로 혼자서 전쟁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요!”
답답하다는 듯 엘리시안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잘못 된 걸 알면서 상대의 힘이 강하다고 못 본 척 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그 상대가 부모님의 원수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죠”
“나는 어떻게 하고요? 나중에 당신의 시체나 수습하라는 건가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잘 될 겁니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요. 모든 게 순리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이라고 할까?”
아틀라스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다.
그 느낌의 시작은 정확하게 말하면 밥 일림에서 부터다.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 느끼는 연금술사와 오리하르콘에 느끼는 복수의 감정까지도.
“아틀라스, 제발 날 위해 살아 줄 수는 없나요? 당신의 어머니도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랄 거에요”
“어머니가 바라는 삶이 아니라, 내가 바라는 삶을 살고 싶은 겁니다”
아틀라스가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한숨을 내쉬던 엘리시안이 아틀라스의 볼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약속해줘요. 나에게 돌아와 주겠다고”
아틀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해요. 죽어도 돌아갈게요”
엘리시안이 가만히 아틀라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정말 이 남자는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을까?
아틀라스의 서툰 손길에 몸을 맡긴 체 엘리시안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