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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100. 전장(戰場)의 지배자(6)

전장(戰場)의 지배자(6)

제국의 남작인 엘리시안은 하급 용병 아틀라스의 경우와 달랐다.
엘리시안은 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보고서를 써내고, 며칠 동안 제국 감찰관들에게 조사를 받아야 했다. 엘루아 공국의 배신으로 제국의 위신에 상처가 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은 직후여서 감찰관들의 신경은 곤두서 있었다.

감찰관들은 작전 중 실종상태였던 엘리시안의 행적을 하루 단위로 분석했다.

물론 엘리시안은 홀로 피어스 산맥을 넘었다고 했지만, 감찰관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마스터 급의 기사라고 해도 여자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감찰관들은 엘리시안이 뭔가 감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흘간의 집중 조사 후에 엘리시안은 원대복귀가 아닌 제국의 감호소로 보내졌다.

제국 감찰부는 엘루아 공국에 남아 있던 제국의 정보원들에게 “엘리시안의 행적을 조사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보름쯤 지났을 무렵, 엘루아의 정보원들은 스파르탄 호의 선장을 통해 알게 된 “동행한 소년 용병에 관한 보고서”를 올렸다.

결국 엘리시안은 재조사를 받아야 했다. 재조사에서는 제국의 마법사들까지 동원 됐다.

마법사들은 엘리시안에게 정신계 마법을 걸어 아틀라스는 물론 밥일림에 관한 정보까지도 모두 뽑아냈다.

밥 일림에 있는 “오리하르콘과 공명하는 기괴한 장치”는 제국의 일급 기밀로 분류 됐다.

곧이어 엘리시안은 “적국의 용병과 내통하여 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했다”는 죄명으로 작위를 박탈당했다.

일반적으로 귀족이 반역죄를 저지르면 황궁의 감옥에 보내진다.

그러나 엘리시안의 경우 마법사들이 “밥일림에 관한 정보를 더 빼내야 한다”고 주장해 마탑으로 옮기기로 했다.

비록 피치 못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귀족이 마법사의 실험물이 된다는 것은 귀족 전체에 대한 수치다.

엘리시안의 처우에 관한 일로 몇몇 고위 귀족들이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제국의 황제 이그너스 13세는 끝내 마법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장 밥 일림의 조사 결과에 따라 칼로스 왕국과 동맹이든 전쟁이든 벌여야 하는 황제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신 황제는 프라우드 남작가에 사면령을 내림으로 귀족들을 위로했다.

엘리시안의 반역죄에 연좌제를 적용하지 않는 대신, 그녀에 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게 한 것이다.


비마저 부슬부슬 내리던 날, 감찰부 앞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마지막으로 엘리시안의 얼굴을 보기 위해 찾아온 프라우드 남작가의 사람들이다.

프라우드 남작과 부인은 물론 엘리시안을 돌보던 하인들까지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감찰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덜컹'

육중한 소리와 함께 나무로 엉성하게 만든 호송 수레 하나가 나타났다.
수레 안에 산발한 여자가 앉아 있다.

“아!”

“아악!”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사람들의 입에서 신음과 절망에 찬 비명이 흘러 나왔다.

고귀하고 아름답던 엘리시안 남작의 모습은 이미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차에 있는 사람은 이리 저리 끌려 다닌 여자 노예처럼 보일 정도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프라우드 남작가의 식솔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그녀를 보고 엘리시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엘리시안은 정신이 반쯤 나간 얼굴이다.

주변에 모여든 프라우드 남작가의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눈이라도 한번 마주치길 바라는 사람들의 기원과 달리 엘리시안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마차는 느릿하게 마탑이 있는 방향으로 전진했다.

마차가 지나가자 프라우드 남작은 부인의 어깨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갑시다. 정신계 마법의 후유증으로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오”

“아아! 왜 우리 엘리시안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거죠?”

“……”

프라우드 남작은 이를 악물었다.

젊은 황제의 야망 때문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차마 말 할 수 없었다. 겨우 사면령을 받은 처지에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빗물이 눈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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