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듣고 있던 칼로스가 송구하다는 표정으로 운을 뗐다.
“흐음, 정말 유물의 가치가 전쟁을 불사할 정도요?”
“오리하르콘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공명했다고 하옵니다. 적들이 그 힘을 이용 할 수 있게 된다면, 폐하의 기사단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옵니다”
“오리하르콘과 같은 힘이라……”
이그너스 13세의 팽팽한 이마에 잔뜩 주름이 졌다. 제국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리하르콘의 힘 덕분이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나온 것인가!’

“하이폰 공작, 예비군단의 근위 기사단을 움직일 수 있나?”
이그너스 13세의 물음에 하이폰 공작이 즉시 답했다.
“11, 12, 13의 예비군단에 편성되어 있는 기사단은 즉시 투입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11군단의 근위 기사단을 칼로스 왕국에 보내야 겠군”
하이폰 공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칼로스를 점령 하시려면 군단 급으로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지부진(遲遲不進)한 전면전 보다는 속전속결(速戰速決)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 내자고. 칼로스를 점령하기 위한 게 아니라 스피어 산맥의 통행을 보장 받자고 하는 일이잖아. 근위 기사단이 무력시위를 벌이면 칼로스의 국왕이 알아서 머리를 숙일 거야. 그도 대국(大國)과 소국(小國)의 현실이 어떻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아!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하이폰 공작은 이그너스 13세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만약 칼로스 왕국이 뻣뻣하게 나오면 그때 예비군단을 파견해도 된다는 생각에서다.
‘아니 그전에 근위 기사단만으로도 점령이 가능할지도……’
칼로스 왕국에는 마스터급 기사도 몇 없다. 그런 전력으로 제국의 근위 기사단을 당해낼 리가 없지 않은가? 실제로 지금까지 근위기사단 만으로 박살을 낸 왕조도 몇 있었다.
뒤늦게 하이폰 공작의 얼굴이 펴졌다.
자신은 아직까지도 제국의 기사단이 얼마나 대단한지 망각하곤 한다. 이그너스 13세 치하의 제국 기사단은 ?외부에서 보면 불가사의 하겠지만- 전원이 마스터 급의 무장(武將)들이다. 당연히 칼로스 왕국의 전력으로 그들을 상대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국과 삼각동맹의 전쟁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전투는 산발적으로 계속 되고 있었다. 규모가 작다고 해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동원되는 전투로 제국과 삼각동맹에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황제와 왕들은 일체의 교섭행위를 하려하지 않았다. 승리에 대한 확신 때문이라기보다 물러설 명분을 만들지 못한 까닭이다.
“크윽!”
제국군 기사의 칼이 어깨를 베고 지나가자 중년 용병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용병은 어깨의 상처를 돌볼 틈이 없었다.
어느덧 가까이 달라붙은 제국군 기사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목을 베어 왔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