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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113. 전장(戰場)의 지배자(19)

전장(戰場)의 지배자(19)

경비대 속에 있던 남자 하나가 널빤지로 만든 가교(架橋)를 건너 배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한 떼의 인마(人馬)가 남자를 따라 하선(下船)했다.

은빛 갑주를 입은 그들은 제국의 근위 기사단이다.

제국 근위 기사단을 안내하던 남자, 윌리엄 남작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스코트 경, 먼 길 오느라 고생 하셨습니다. 오늘은 관사에서 쉬시고, 공식 행사를 열어야 할 텐데…… 언제쯤이 좋겠습니까?”

윌리엄 남작은 제국 기사단이 주둔하는 동안 떠들썩한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그래서 국왕과 백작에게 약소국의 처지를 확실히 가르쳐줄 생각이다.

하지만 기사단장 스코트 남작은 긴장한 얼굴로 주변을 살피기에 바빴다.
보다 못한 윌리엄 남작이 다시 물었다.

“남작님, 왕실 환영만찬을 언제로 잡으면 좋겠습니까?”

거듭된 질문에 기사단장 스코트 남작이 인상을 찡그렸다.

“윌리엄 경,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군요”

“소식이라니요?”

“동맹군에서 제국 기사단을 상대하기 위해 특무부대를 파견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동맹 놈들의 특무부대라고 해봤자 우리 제국 기사단의 상대가 되겠습니까?”

스코트 남작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하아! 그 특무부대의 지휘관이 학살자로 불리는 놈입니다. 소드 마스터보다 더 강하다는 소문이 있지요. 그런 놈이 우리 기사단을 노리고 있는데, 연회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헐! 학살자라면 동맹에서 전장의 지배자로 불린다는 그 놈입니까?”

“그렇습니다”

“학살자가 제법 뛰어나다고 해도 기사단의 상대가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학살자는 혼자지만 기사단에는 스무 명의 기사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순한 일이면 특급 경계령까지 내려질 리가 없지요. 대외비이지만 학살자에게 소대급 기사가 몰살을 당한 적도 있습니다”

“예에? 저도 전방을 떠돌고 있지만 그런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라면 동맹 놈들이 대대적으로 떠벌렸을 텐데요?”

“학살자가 전공(戰功)을 드러내지 않아 감추어진 것 뿐입니다”

“소드 마스터급 기사들을……. 정말 믿어지지 않는 군요. 소드 마스터들이 한 개인에게 그렇게 당할 수도 있는 겁니까?”

“살아난 사람이 없으니 미스터리인 게지요. 어쨌든 학살자가 투입 되었다면 추가 병력을 요청해야 합니다. 추가 병력이 오기 전까지는 특급 경계령 상태로 지낼 생각입니다”

“으음! 특급 경계령……”

윌리엄 남작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러 나왔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113. 전장(戰場)의 지배자(19)

특급 경계령 중에는 외출 외박은 물론 개인적인 행동도 제한된다. 윌리엄 남작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만 한 상황이었다.

골똘하게 뭔가 생각하던 윌리엄 남작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숙소는 어디로 하시겠습니까? 관례대로 왕국의 영빈관(迎賓館)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피어스 산맥의 관문인 레드스톤 계곡에 임시로 숙영지를 세울 생각입니다. 그곳이 경계에 더 용이하니까요. 나중에 마법사들이 합류하면 스피어 산맥으로 옮겨야겠지만……. 아무튼 마법사들이 오기 전까지는 레드스톤에 거주하겠습니다”

“레드스톤은 음식물을 조달하기 어려울 텐데요”

“그래도 비우호적인 사람들 속에 있다가 비명횡사(非命橫死)를 당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제 숙소도 레드스톤으로 옮기겠군요”

“그게 좋을 겁니다. 학살자가 제국군을 노리고 있다면 함께 모여 있는 게 안전할 테니까요”

윌리엄 남작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가만히 기사단장의 말을 듣고 있자니 이건 마치 늑대를 피하는 양떼들 같은 느낌이다. 제국의 기사단장의 입에서 이렇게나 허약한 소리가 나올 줄이야? 자신도 요즘 들어 학살자의 소문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기사단장이 벌벌 떨 정도는 아니었다.

‘쯧! 저렇게 겁이 많은 사람이 어떻게 단장의 자리까지 올랐지?’

어쩌면 집안의 배경으로 치고 올라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윌리엄 남작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말았다.

‘이런 기사들이 많으니 전쟁이 쉽게 끝날 리가 있나!’

생각할수록 한심했지만 같은 남작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윌리엄 남작은 그냥 한쪽 귀로 흘려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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