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을 융합해서 육성하겠다던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을 보면 딱 맛없는 섞어찌개가 떠오른다. 6월 1일자로 나주로 이전하고 나서는, 맛 없어서 냉장고 속에 넣어두고 존재자체도 잊어버린 그런 섞어찌개처럼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게임만 놓고 보면 ‘이런 것을 하고 있다’며 자신을 알리는 민간이 만든 게임인재단이 더 나아 보인다.
콘진원의 목표는 전문가(Specialist) 양성이 아니라 콘텐츠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팔방미인(Generalist)를 육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각계에서 활동해 왔던 전문가를 한 곳에 뭉쳐놓고 모든 업무를 맡게 뒀다. 팔방미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는 관리자층에 해당되는 말임에도 전 직원을 어떤 콘텐츠라도 일당백인 용사로 키우려고 한 것이다.
결국 십 년이 넘게 게임산업, 영화 방송산업에 특화된 전문가들은 전문성은 사라졌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조차 게임과, 영상과 등 장르 중심으로 부처를 나눠둔 상황에서 제대로 협업이 될 리가 없었다. 콘진원의 무모한 실험은 결국 3년 만에 실패를 인정했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 아까웠다.
물론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콘진원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위한 융복합 ‘콘텐츠코리아랩’을 지원하는 역할도 할 수 밖에 없다. 본부를 없애던 콘진원이 ‘콘텐츠코리아랩 본부’를 둔 점도 이러한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본부가 각 분야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태스크포스팀(TFT) 형태로 운영되지 않는 한, 과거 콘진원과 같은 과오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콘진원 홈페이지에는 매주 새로운 소식과 사업이 올라온다. 분명 일은 하고 있는데, 게임업계 종사자들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다. 기대하고 왔다가 ‘우리랑 상관없네’라며 돌아서는 그런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이고 입체적인 지원은커녕 전문성까지 사라진 콘진원이라면 차라리 과거로 돌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섞어찌개의 맛이 이상하다면 먼저 재료의 본 맛부터 살리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장기적으로 발전적 해체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