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바라볼 때쯤 그는 개발사를 차렸다. 모바일 게임이 태동하던 그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나왔다. 때마침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정부가 창업을 독려했던 시기다. 월급쟁이서 대표가 된다는 것은 그 동안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창업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몸으로 뛰는 일이야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기술 보증서로 은행에서 담보를 걸고 저리로 대출을 받았다. 대표의 신용등급도 대출조건에 중요한 요건이 됐고 납세 및 4대 보험료 완납 확인서 등도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사업자금을 마련했고 게임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게임판엔 나 같은 대표가 부지기수였고, 모바일 게임들도 넘쳐났다. 접촉하는 퍼블리셔들은 차별점과 완성도를 내세우며 개발을 더 할 것을 요구했다. 개발기간은 곧 비용이다. 기보 대출은 이미 바닥났고 개인대출까지 받은 상황인데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월급이 밀릴까 불안해 하는 직원들의 눈빛, 결코 그래서 안 된다는 생각에 카드 현금서비스로 돌려막기를 했다. 선배들이 말하는 소위 '마지막 막장 테크'다. 그리고 그는 신불자가 됐다.
2015년 기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느끼는 애로사항으로 가장 큰 부분이 자금부족(43.9%), 뒤를 이은 것이 기술인력 부족(23.9%)이다. 결국 돈이 있어야 좋은 기술력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인데, 돈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청년창업을 독려하는 정부는 기보의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도록 지시를 내렸지만, '좀비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결국 유보했다. 기술력이 있다면 연대보증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지만, 실무자들은 연대보증을 당연하게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실패해도 다시 창업해서 결국은 성공을 일구는 실리콘밸리. 우린 그들을 부러워하고 닮으려 하지만 한번 실패한 사람이 다시 설 자리가 이 사회엔 없다. 일부의 모럴해저드로 인해 재창업의 길까지 막아버리는 정부 앞에서 많은 대표들이 울고 있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