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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법 개정안, 문제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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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 발표를 진행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
2023년 11월13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담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이로써 게임 이용자들이 기다려 온 정책이 첫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행령이 가진 불안 요소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는 후보 시절 게임사와 이용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완전 공개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사에는 이용자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취임 이후로는 게임 관련 정책에 대한 미진한 움직임을 보여, 일명 '게임 패싱'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월 국회가 가결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시행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도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일부 이용자들의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문체부에 시행령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고, 문체부는 빠르게 시행령을 발표했다. 다만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3'을 불과 2일 앞둔 시점에 진행된 발표에 일각에서는 게임업계에 압박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발표된 시행령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3가지로 구분해 각 유형에 따른 표시 의무 사항과 표시원칙 및 방법을 규정하고, 등급분류 예외 대상 게임물 및 중소 게임사를 표시 의무 대상에서 제외하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단속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급하게 준비된 것일까. 발표된 시행령에서 이전부터 주요 쟁점으로 지적받은 문제들에 대한 대응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 게임사에 대한 제제 수단이 없다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해소되지 않았으며, 24명에 불과한 모니터링단의 규모에 수많은 게임을 감시·단속하기 위해서는 불충분하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정안 시행 이후 문체부가 갖게 될 의무 위반 사업자에 대한 징역 2년, 벌금 2000만 원 이하의 처벌 권한은 국내 게임사에만 적용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에 법인을 두지 않으며 대리인도 없는 해외 게임사의 경우 법안을 강제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서 매달 발표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에 따르면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는 게임사는 대부분 해외 게임사다.

시행령 발표 현장에서 문체부 전병극 제1차관은 "해외 게임사들에 대한 현행법 상 제제 방법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 인정했다. 대안으로 구글, 애플 등 자체등급 분류 사업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위반 행위에 대한 제제를 진행하겠다고 제시했지만, 그들이 협조해야 마땅한 근거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모니터링단의 규모도 매년 셀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 게임의 양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2027년까지 4년간 실제 조사 대상이 될 게임 수를 총 5676개로 추정하고, 인원을 3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2 게임물 등급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에 의하면 2021년 등급분류가 결정된 게임은 총 95만 3682건에 달한다.

물론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확률형 아이템이 법적 개념으로 규정되면서 향후 이에 대한 정책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시행령으로 게임업계 진흥 정책이 아닌 총선을 앞둔 시점의 퍼포먼스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단순 보여주기가 아니라면 충분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지난 6월 발의된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은 해외 게임사가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외 게임사를 제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지만, 통과된다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의 법망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16억 9000만 원에 불과한 모니터링단의 예산도 증액을 통해 규모를 키우면서 철저한 관리 감독 방안을 제시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한 자율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떻게 전문 인력들을 확보해 어떤 업무를 진행할지도 충분히 설명돼야 게임업계 관계자 및 이용자들이 개정안 시행령에 납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임 관련 정책은 20·30대 이용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민생을 돌본다는 이미지를 시각적인 퍼포먼스로 보여주기 좋은 소재다. 다만 게임 이용자들은 누구보다 게임에 대한 이해에 민감하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는 정책으로는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스타 2023' 개막 행사에서 영상으로 나마 "국내 게임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성장하기 위해 제작 지원부터 제도 개선 등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축하의 말을 전했다. 축하가 단순 인사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 정책으로 반영돼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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