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있는 게임을 넘어선 필요한 게임.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는 자신이 진두지휘한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의 출시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자신감은 다소 불친절한 저장 기능을 채택한 이유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그는 인터뷰 현장에서 수 차례 저장 기능에 대한 질문이 있었지만 자신의 견해를 고수했다.
김형태 대표는 "'스텔라 블레이드' 내 수동 저장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다회차 진행을 전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게임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동 저장을 지원하며, 이것이 최신 흐름에 맞는 스타일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형태 대표는 저장 방식에 대한 불만을 달래기 위해 향후 개선을 약속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개발 철학을 고수하는 길을 택했다. 최근 게임의 여러 엔딩을 보기 위해 다회차 게임을 진행하는 이용자들이 적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게임 내 콘텐츠가 가진 매력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김형태 대표의 설득에 이용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스텔라 블레이드'의 여러 엔딩을 직접 감상하기 위해 다회차 진행을 시작했다는 이용자들의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 평점 전문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이용자 평점 9.3점으로 '세계적인 찬사(Universal Acclaim)'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0개 이상 리뷰가 있는 역대 플레이스테이션5 게임 중 1위에 올랐을 정도다.
김형태 대표가 자신의 이용자들에게 다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개발 철학을 고수하고도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는 모습은 게임업계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최근 일부 게임 중에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진행하는 업데이트를 천명하면서, 본래의 기획의도를 잃고 정체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온라인게임과 패키지게임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오늘날 개발자가 자신의 개발 철학을 고집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김형태 대표의 고집은 캐릭터 디자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인 김형태 대표는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긴 그림체를 고집했다. 2D 캐릭터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가의 모션 캡쳐 장비에 투자할 정도로 강한 집념을 보였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글로벌 기대작으로 떠오르게 만든 미소녀 캐릭터 '이브'는 그렇게 탄생했다.
김형태 대표의 고집도 결국은 이용자를 위해서다. 그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개발하면서 "어떻게 해야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게임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를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프트업의 유전자(DNA)에 대해 "있는 척 하지 않고 이용자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에 대해서 직구를 던지는 것"이라 답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김형태 대표의 고집과 이용자들을 위한 고민 끝에 완성된 게임이다. 초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고집스럽게 게임을 만드는 김형태 디렉터. 그와 같은 개발자도 있어야 한다.
이학범 기자 (ethic95@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