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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게임성지 성남시, 어쩌다 '반(反) 게임' 시가 됐나?

[기자석] 게임성지 성남시, 어쩌다 '반(反) 게임' 시가 됐나?
'게임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성남시가 최근 들어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를 중심으로 게임산업을 지원하던 성남시가, 이제는 게임을 '중독'이라는 프레임에 가둔 채 '반 게임' 도시로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교는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NHN 등 국내 유수의 게임사가 본사를 둔 지역이다. 한국 게임 매출의 약 60% 이상이 성남시 관내 기업들에서 발생한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이전까지 성남시는 지역 산업 정책의 큰 축을 게임과 콘텐츠 산업에 두고 각종 인프라와 행정 지원을 이어왔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성남게임월드페스티벌', 게임문화진흥센터 협력사업, 게임기업 창업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며 '친(親) 게임 도시' 이미지를 꾸준히 강화해 왔다.

그러나 2022년 현 신상진 시장 체제로 바뀐 이후 시의 기조는 급변했다. 우선 판교 일대에 계획됐던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조성 사업이 백지화됐다. 성남시는 애초 2023년까지 판교에 1000석 규모의 첨단 e스포츠 경기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신 시장 취임 이후 예산 전액이 삭감돼 사업이 무산됐다.
같은 해 열릴 예정이었던 '성남게임월드페스티벌' 역시 이유 없이 취소됐다. 게임업계는 사전 준비가 진행 중이었고, 지역 기업과 시민들 모두 참여를 기대하던 상황에서 사전 공지 없이 '행정적 이유'로 행사가 중단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그 해 성남시는 해당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대체 프로그램 없이 행사를 폐기했다.

행정 분위기도 변했다. 공공 데이터에 따르면 전임 은수미 시장 재임 당시(2018~2022년) 성남시가 게임기업에 발부한 영업 관련 행정명령은 연평균 3건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9건으로 3배 증가했다. 유사 조건의 업체에 대한 시정요구와 영업 제한 조치가 잦아졌다는 점에서 행정 기조 자체가 산업 친화에서 규제 중심으로 옮겨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논란의 정점은 지난 5월 성남시가 주최한 'AI 기반 중독 예방 콘텐츠 공모전'이었다. 이 공모전은 '4대 중독'을 주제로, 마약,·도박,·알코올과 함께 '인터넷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게임이 '중독 예방의 주요 타깃'으로 설정됐으며, 시는 이에 대한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형식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이자 게임인재단 고문인 남궁훈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성남시와의 협력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게임을 마약과 나란히 두는 성남시의 인식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게임개발자협회 전 회장, 정치권 관계자들까지 이번 공모전에 대해 '2000년대식 발상', '정책 프레임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산업 기반의 핵심 지역인 성남시가 왜 이런 급격한 반(反)게임 기조로 돌아섰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은 없다. 일각에서는 시장 개인의 전문 경력을 그 배경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신상진 시장은 의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의료계와 보건정책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과거에도 인터넷 중독, 게임 과몰입 문제를 공중보건 관점에서 접근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런 그의 이력이 시정 전반의 게임 인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 강조된 '4대 중독'은 의료계 내부에서 수년간 추진해 온 '중독 예방관리법(4대 중독법)'의 핵심 프레임이기도 하다. 이 법안은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사용을 알코올·마약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의료계 단체들은 이를 여러 해 동안 입법 과제로 추진해왔다.
결국 성남시의 반(反)게임 정책 흐름은 단순한 문화행사 취소나 공모전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를 규정하는 행정의 프레임이 '육성'에서 '통제'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임이 한국 수출 콘텐츠의 70%를 차지하고, 판교라는 지역을 만들어낸 핵심 산업임을 고려할 때, 성남시의 이런 변화는 지역 행정을 넘어 국가 산업정책의 미스매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성남시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게임의 도시'로 불리는 판교를 품고 있으면서, 왜 게임을 가장 먼저 낙인찍는 도시가 되었는지를.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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