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십년의 시간을 넘어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 중심에서 활약하는 이들은 저마다 게임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표현 방법을 써서 이용자들과 호흡하고 그 매력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새 게임은 다시 기존 문화 속으로 침투하며 게임의 팬은 물론 문화 콘텐츠의 팬들에게도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
게임이 문화로 인정받기 위해 그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게임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기록을 남기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구형 게임기는 사라지고,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휘발성이 강한 게임 콘텐츠의 특성상 그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엄청난 노고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게임 아카이브 기록자들은 과거의 게임들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게임이 가진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연구하고 재조명한다. 오래된 게임 패키지, 개발 문서, 심지어 당시의 잡지 기사까지, 이 모든 자료는 게임 역사의 퍼즐 조각이 되어 미래 세대에게 전달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아카이브 사례로는 게임 및 PC 관련 잡지 및 서적들을 디지털화 한 경우를 들 수 있다. 두꺼웠던 잡지들은 모을 때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며 손이 닿지 않고 먼지가 쌓인 구석에 놓이거나 폐지로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시간이 지나도 과거 게임 콘텐츠와 산업의 흐름을 돌아볼 수 있도록 디지털 기록물로 보관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많은 게임 및 PC 관련 잡지가 스캔 작업을 거쳐 디지털화 됐으며, 일부는 무료로 공개돼 이용자들이 당시 기록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길 기회를 주고 있다.
또한, 게임 전문 출판사들은 게임의 세계관을 깊이 탐구하는 서적을 출간하거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아트북을 제작하며 게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또한 최근 게임의 사회적 비중이 커지면서 게임을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견이 출간되며 이에 대한 논의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게임 관련 정보의 아카이브 및 서적화 노력은 게임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영원히 기억될 가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으며, 게임의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데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게임을 오감으로 경험하게 하는 사람들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서 갖는 가치가 높아지면서, 게임을 단순히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으로 경험하는 기회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 관련 전시회가 이에 해당한다. 게임 관련 전시는 특정 게임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전시를 개최하거나, 게임 속 아트워크, 캐릭터 디자인, 배경 스토리 등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게임의 예술적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개발자의 숨결이 담긴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플레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좋아하는 게임을 접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막을 올린 ‘로스트아크 미디어아트展(전): 빛의 여정'은 ‘빛으로 재탄생한 아크라시아’를 주제로 '로스트아크' 라이브 서비스 7년 동안 쌓아온 방대한 세계관과 깊이 있는 서사를 영상과 음악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마련됐다.
특히 이 전시회의 메인 콘텐츠인 미디어아트 전시는 총 1시간 30분 동안 찬란한 빛의 여정을 시작하는 모험가들의 설레는 아크라시아로의 첫 걸음을 주제로 한 '여정의 시작'과 게임 속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빛의 여정', 모험의 시작이었던 대항해부터 아크라시아를 위협하는 대악마 카제로스를 대면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여정의 순간들'을 차례로 보여주며 팬들에게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한다.
전시를 준비한 스마일게이트 측은 “'로스트아크'는 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이 전할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과 감동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에는 미디어 아트를 통해 종합 예술로서의 가치를 전하고자 했다”라고 그 의의를 소개했다.

제주도의 넥슨컴퓨터박물관과 서울 구로의 넷마블게임박물관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전문 전시 공간은 게임을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연구하며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들은 오래된 아케이드 게임부터 최신 VR 게임까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게임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초창기의 퍼스널 컴퓨터나 아케이드 게임기, 그리고 우리나라 초기 자체 개발 아케이드 게임 체험 등 활자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어 지식 이상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게임이 한 시대를 풍미한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소중한 문화적 유산임을 상기시키며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 음악으로 게임에 영혼을 불어넣는 사람들
게임에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핵심 요소다. 게임 음악 제작자들은 게임의 스토리와 분위기에 맞춰 캐릭터의 감정, 위기의 순간, 승리의 환희 등 다양한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특히,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다른 콘텐츠 분야에서 음악을 다뤄왔던 경험은 게임 음악 제작에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이미 다양한 장르적 표현과 주제에 대한 해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 게임의 다채로운 세계관과 상황에 맞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일 수 있다.
때로는 클래식 교향곡처럼 웅장하게, 때로는 재즈 선율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록 음악처럼 강렬하게 게임의 서사를 완성하며 게임의 예술성을 한 차원 높이는 데 기여한다.
‘오투잼’과 같은 다장르 리듬액션게임부터 음악이 게임성에 큰 영향을 주는 대작 게임을 다수 제작해 온 스튜디오 도마의 양승혁 음악 감독은 게임 음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상황별 다양성’을 꼽고 “같은 상황도 어떤 이용자에겐 긍정적이고, 다른 이에겐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음악에 기술과 디자인이 들어가야 하는 도전적인 구조다"라고 게임 음악 작업의 특징을 밝혔다.
또한 게임음악에서 가장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으로 '오래도록 음악을 듣는 경험'을 꼽은 뒤 "영화나 드라마보다 플레이 시간이 길기 때문에 창작물이 더 오래 즐겨진다는 점이 만드는 입장에서도, 즐기는 입장에서도 큰 보람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기존의 오케스트라들이 게임 음악을 연주하며 게임 음악이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전문 오케스트라까지 등장하며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 속 감동을 음악 공연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게임 팬들에게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게임의 감동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게임 속 명장면을 떠올리며 감동을 공유하거나, 밴드 라이브를 통해 게임 속 전투의 짜릿함을 다시 느끼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문화 현상이 됐다.
즉 게임 음악 콘서트는 게임이 시각과 청각을 넘어선 총체적인 예술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게임 문화의 확장은 게임 개발자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게임을 통해 파생되는 수많은 밈(Meme), 팬아트, 코스프레, 스토리 해석 영상 등은 게임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히 게임의 내용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창작물로 발전시키며 게임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뉴질랜드의 배우들이 세운 VLDL(Viva La Dirt League)은 게임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 스케치, 패러디 영상 등을 제작하는 2차 콘텐츠를 선보이며 게임 팬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이들은 게임 속 캐릭터나 상황을 현실에 대입하거나,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밌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덕분에 게임 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자신들의 스튜디오를 설립, 더 많은 주제를 다룰 수 있게 됐다.
국내 대표 스트리밍 사이트인 숲(SOOP)도 최근 게임을 바탕으로한 버추얼 스티리밍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게임과 스트리밍의 융합', '버추얼과 현실의 공존'이라는 다층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는 이들은 자율성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게임을 다루는 사람들을 넘어 게임을 현실 속에 담는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강력히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게임은 더 이상 플레이를 통해 단순히 일방적인 재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공동 창작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어진다.
하나의 게임이 수백만 가지의 감상과 해석을 낳고, 이 과정이 다시 새로운 창작으로 이어지며 결국 '문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이런 영향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 전해지고, 이를 통해 기존의 문화 콘텐츠와의 결합도 다양한 방향에서 시도될 수 있게 됐다.
게임을 '놀이'를 넘어 '문화'로 만드는 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게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과 영감을 발견하고 있는 사람들과 호흡하며 그 즐거움을 다양한 방향에서 만나고 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