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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게임, 문화를 향한 여정...정책부터 교육까지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 속 문화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발전하고 있다(출처=AI 생성).
게임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 속 문화의 하나로 인정받으며 발전하고 있다(출처=AI 생성).
한때 ‘중독’과 ‘시간 낭비’라는 사회적 오명에 갇혔던 게임. 이제 산업을 넘어 문화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한 유희를 넘어 창작, 해석, 기록, 공유의 장으로 확장되며, 게임은 기억될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 진정한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사회적 공감대의 부족, 미비한 제도와 정책, 부정적 인식 등 여러 한계가 여전하다. 게임을 문화로 인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과제와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까?

넷마블게임박물관의 오락실 체험관. 지금은 추억의 대상이지만 과거의 오락실은 '불량의 온상'취급을 받았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의 오락실 체험관. 지금은 추억의 대상이지만 과거의 오락실은 '불량의 온상'취급을 받았다.
◆ 과거엔 이방인…점차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게임
80년대 '전자오락실'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다가온 게임은 초기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오락실은 비행 청소년의 일탈 공간으로 여겨졌고, 게임은 '시간 낭비'를 넘어 '불량의 온상'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러한 편견은 시간이 흘러 게임이 대중화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전시관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문화 영역에서 게임 콘텐츠를 마주할 때 여전히 "왜 게임이 여기에?"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가치가 커지면서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2006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은 게임을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산업으로 인정하는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이 법률은 게임산업의 진흥과 건전한 게임문화 확립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9월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문화 예술의 범위에 게임이 명시적으로 추가됐다. 이는 게임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영상, 음악, 서사, 상호작용이 결합된 종합 문화 예술 콘텐츠로 공식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게임을 여가이자 종합 문화 예술로 인정하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게임이 이방인에서 벗어나 문화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악과 게임음악의 만남을 보여준 국립국악원의 게임 사운드 시리즈의 청음회.
국악과 게임음악의 만남을 보여준 국립국악원의 게임 사운드 시리즈의 청음회.
◆ 새로운 예술 언어로서의 게임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힘입어 게임은 이제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오락을 넘어,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문화적 언어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게임만이 가진 독특한 상호작용성 덕분이다.

이용자들은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관객이 아니라, 선택을 통해 서사를 변화시키고 감정을 재구성하는 능동적 경험의 주체가 된다. 이러한 경험은 문학이나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 있는 문화 체험을 가능케 하고 있다.
나아가 게임은 최첨단 기술과 예술적 표현을 융합하며 시각·청각적 경험의 한계를 넓힌다. 게임 속 그래픽과 사운드는 몰입감 있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고, AI 기반 생성 기술은 ‘예술’의 정의 자체를 확장하는 등 이러한 문화적 파급력은 다른 매체와의 교류에서도 확인된다.

게임은 영화, 드라마, 웹툰의 원작이 되고 있으며, 그 미학과 세계관은 패션과 음악, 미술 등 주류 예술에도 영감을 준다. 덕분에 게임 캐릭터가 패션쇼 무대에 오르고, 게임 OST가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현상은 게임이 이미 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시대정신과 기술 발전이 응축된 복합 문화예술 콘텐츠로 자리매김했음을 잘 보여준다.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도 탄생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게임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오케스트라도 탄생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게임서 찾는 미래 교육의 가능성

게임은 교육 현장에서도 혁신적 도구로 주목받는다. ‘게임 기반 학습(GBL)’은 학습 동기를 높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로 '마인크래프트'로 코딩을 배우는 것은 물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역사를 배우거나 복잡한 원리를 체험하는 것은 게임의 교육적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에도 교사들의 이해 부족과 교과 과정 개발의 한계, 그리고 ‘게임은 유해하다’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높은 학교 현장의 벽을 느끼게 한다.

이에 단순히 과몰입 방지를 넘어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의미를 해석하며 활용하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리터러시 교수 직무연수’와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등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의 게임 활용을 전파,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필수 역량으로서, 게임을 미래 세대의 교육과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매체로 바라보는 전환이 필요한 만큼 이를 시청각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의 문화 요소를 강조한 '찾아가는 게임교실'(제공=게임문화재단).
게임의 문화 요소를 강조한 '찾아가는 게임교실'(제공=게임문화재단).


◆ 포용적 문화의 시작에도 큰 역할을 담당할 게임

진정한 문화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장애인의 접근성도 게임을 문화로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은 물론 인지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게임을 통해 즐거움과 소통을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게임이 보편적 문화 콘텐츠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음성 안내, 색상 조정, 자막 제공, 다양한 입력 장치 지원 등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을 위한 구체적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소수자를 위한 배려를 넘어, 모든 이용자에게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고 게임의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다양한 사용자층을 고려한 설계는 개발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포용적 디자인을 고민하게 만들며, 장애인들이 게임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비장애인과 함께 즐김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문화적 의미도 크다.

국립재활원과 아름다운재단, 카카오게임즈,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등이 장애인을 위한 게임 보조기기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게임 문화 향유를 돕고 있다. 게임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기술적·제도적 지원을 통해 ‘누구나 게임을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포용적 환경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인들을 게임 문화에 포용하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장애인들을 게임 문화에 포용하기 위한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다.
◆ 여전한 제도와 인식의 벽, 해결 과제

게임이 문화로서 사회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면 제도적, 인식적 장애물이 여전히 크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 부족이다.

게임을 국가 차원에서 보존·등록할 체계가 미비하고, 저작권 문제로 복원이 어려운 사례도 많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서버 종료 시 데이터 전체가 소실되면서 한 시대의 문화적 유산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조차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예산 없이 민간의 자발적 노력에 의존하는 상황인 만큼 국가 주도의 보존기관 설립과 법제화가 시급하다.

또한 ‘게임은 중독’이라는 사회적 낙인은 여전히 강력하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한 이후 의료계는 꾸준히 게임을 중독물질로 치급해 왔다. 여기에 2025년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AI 공모전에서 인터넷 게임을 4대 중독 항목으로 제시해 논란을 빚은 사례 등은 여전히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보여준다.

이처럼 교육, 행정 전반에 걸친 이러한 시각은 게임의 문화적 가치 확산을 방해하고, 게임 기반 교육 콘텐츠나 공공 전시 확장을 가로막는다.

◆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문화로서의 게임'

게임이 단순한 산업을 넘어 진정한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으려면 정책, 교육, 언론의 동시적 변화와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2022년 9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문화예술의 범위에 게임이 추가된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보다 구체적인 법제화와 함께, 콘텐츠 보존·전시·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국공립 기관 차원의 게임 전문 전시 공간 조성, 창작자 지원 사업, 교육 현장을 위한 콘텐츠 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통합적 노력을 통해, 게임은 더 이상 변방의 오락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언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의 ‘문화’를 향한 여정은 이미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그 완성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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