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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데이트] 디아블로2, 액트4 보스 '디아블로'

[이원희의 캐릭터 데이트] 디아블로2 액트4 보스 디아블로

국내 게이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게임 속 몬스터의 이름은 '디아블로'일 것이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RPG ‘디아블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디아블로는 1996년 1편이 처음 출시된 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게이머들을 상대로 외로운 전투를 계속해왔다. 일당백의 위용을 자랑하는 디아블로를 공략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이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려왔다. 그리고 오늘 최초로 그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나하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건방진 놈. 한방 거리도 안 될 놈이 어디서 입을 조잘대는 게냐. 좋은 말로 할 때 물러서지 않으면 저승길로 보내주마.” 디아블로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격을 시작했지만 노쇠한 그의 공격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필자는 간단한 역습으로 디아블로를 제압한 뒤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음… 강하군. 하긴. 요즘은 나를 무서워하는 인간들을 보기가 어렵지. 확장팩이 출시되기 전까지만 해도 만렙들을 상대하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액트5가 나오고 나서부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 바알 형이 액트5 보스로 자리매김하면서 액트4를 다들 무시하기 시작했다고. 다들 내가 속한 액트4를 액트5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 정도로만 생각하는 거지 뭔가. 레벨이 높은 사람들은 다들 액트5에서만 놀고…”

[캐릭터 데이트] 디아블로2, 액트4 보스 '디아블로'

그의 푸념처럼 디아블로의 위상이 크게 격하된 지 오래다. 디아블로는 1편까지만 해도 공략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2편 오리지널까지만 해도 디아블로는 최강의 몬스터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지켰지만 2편 확장팩이 출시된 뒤로는 액트5 최종 보스인 바알에게 왕좌를 물려줄 수밖에 없었다.

“2편 오리지널 때까지만 해도 제법 재미있는 싸움을 자주 경험할 수 있었다네. 고레벨 인간들이 8명씩 무리를 지어 나를 공격하고는 했지. 내가 무릎을 꿇어야만 끝이 나는 싸움이었지만 인간들은 쉽사리 나를 공략하지 못했고 더러는 목숨을 잃는 이들도 있었지. 만렙을 달성한 이들도 계속 내게 달려들었어. 고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나와의 전투에서 승리해야 하니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싸움 좀 한다는 놈들은 다들 바알에게로 달려갈 뿐이네. 나한테 오는 이들은 남의 힘을 빌려 레벨을 빨리 높이기를 원하는 저렙들과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고 퀘스트를 대신 클리어해주는 기사들뿐이라네. 1레벨 짜리 애송이들이 내 보금자리로 와 뛰어다니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가서 때려눕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디아블로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다름 아닌 팔라딘이다. 클래스 특성상 맷집이 강하고 속성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오오라 스킬을 보유한 팔라딘은 디아블로 사냥에 최적화된 상태다. 패치가 거듭될수록 고급 아이템들이 늘어난 상황이어서 최상급 아이템을 모두 장착한 고레벨 팔라딘은 헬 난이도 8명이 모인 방에서도 디아블로를 10초만에 쓰러뜨릴 수 있다. 디아블로의 봉인을 풀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디아블로 자체를 상대하기는 '누워서 떡 먹기'만큼이나 쉽다.

"팔라딘 놈들이 제일 악독하다네. 봉인이 풀리고 필드로 뛰어나가자 마자 내 주위를 맴도는 그 놈의 망치(팔라딘의 공격 마법인 블레스 헤머)들 때문에 힘을 쓸 수가 없어. 요즘 참이다 룬워드다 뭐다 해서 스킬을 올려주는 아이템들이 판을 치는 마당이어서 망치의 위력이 점점 더 세지고 있네. 팔라딘은 빨리 달려서(비이거 오오오라 사용시 이동 속도 증가) 쫓아가 때려 잡기도 어렵고 속성 공격 저항력도 높아서(셀베이션 오오라 사용시 저항력 증가) 마법 공격으로 제압하기도 쉽지 않다네. 좀 센 팔라딘이다 싶으면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아."


여전히 ‘디아블로2’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존재하지만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PC만 있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점차 늘어났고, 반복되는 복사로 인해 게임의 흥미를 잃은 이들이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난 것이다. 디아블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다른 온라인게임에 빼앗긴 게이머들을 ‘디아블로3’에서 되찾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봉인 속으로 사라졌다.

“블리자드 개발팀에서 서버 관리를 엉망으로 하지만 않았으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겼을 걸세. 허구한날 복사다 해킹이다 해서 다들 떠나고 남은 사람이 얼마 없네. ‘워크래프트’인지 뭔지 하는 그 게임은 예전에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거기로 다들 몰렸다지 아마. 블리자드는 그쪽에만 신경을 쓰고 우리쪽으로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고 있어.그래도 상관 없네. ‘디아블로3’만 나오면 전 세계 모든 게이머들이 다시 나를 찾아올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네. 3편이 나올 때까지 지루한 사람들은 언제든 ‘디아블로2’ 액트4로 찾아오게. 내 약소하지만 조던링과 고급 룬들을 챙겨뒀다가 골고루 나눠주겠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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