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문화가 가장 발전한 곳은 일본이다. 소니와 닌텐도라는 걸출한 플랫폼 홀더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콘솔 위주로 가정용 게임 시장이 발전했고, 코나미 등이 주도하는 아케이드 게임기 시장도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마니아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에서도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는 일본을 방문하는 열혈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데일리게임 취재팀은 아직까지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없었던 독자들을 위해 아키하바라의 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취재기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가자 아키하바라로!
기자는 도쿄게임쇼(이하 TGS) 취재 관계로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몇번 있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하루 정도는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를 방문했다. 도쿄도 내의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아키하바라만큼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 드물기 때문에 취재 일정이 모두 끝나고 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을 향하곤 했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는 도쿄 지하철 JR야마노테선 아키하바라역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아키하바라 역에 친절하게 전자상가로 나가는 출구가 있기 때문에 지하철만 잘 타고 가면 아키하바라 전자상가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도쿄 지하철이 워낙 노선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숙소의 위치에 따라 아키하바라 역까지 가기가 불편한 경우도 있겠지만 JR야마노테선이 서울 지하철 2호선처럼 도쿄 시내를 둥글게 순환하는 노선이어서 많아야 2번 정도만 갈아 타면 아키하바라역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요도바시 아키바에서 워밍업
게임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곳은 거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콘솔게임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닌텐도와 소니쪽 부스에 많은 이들이 몰려있었고 Xbox360 관련 제품을 취급하는 곳에는 손님이 드물었다. MS가 Xbox360으로 콘솔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지만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일본 게이머들은 여전히 Xbox360보다 Wii나 PS3를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장 한켠에는 게임 관련 서적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게임을 다루는 잡지의 가지 수만 해도 수십 종이 넘었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또한 뽑기 문화가 발달한 일본답게 게임과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핸드폰 고리나 피규어 등을 뽑을 수 있는 뽑기 기계가 매장 구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00엔부터 500엔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뽑기의 경우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외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았다. 기자가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뽑기 위해 기계에 동전을 넣었다.
◆아케이드 게임장 각개격파
요도바시 아키바에서 나와 전자상가 쪽으로 넘어갔다. 지하철역을 통해서는 다시 표를 사지 않으면 전자상가 쪽으로 갈 수 없지만 지하철역 좌측에 전자상가쪽으로 넘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가인 용산도 신용산역 근처에서 상가쪽으로 가려면 지하 통로를 거쳐야 하는데 아키하바라의 통로는 용산의 어둡고 후미진 지하통로와 비교하면 훨씬 깨끗하고 분위기도 밝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는 많은 수의 중고 게임 상점과 피규어 전문점, 문구점 등이 있고 휴대폰과 가전 제품을 파는 곳 등이 밀집해 있다. 그 중에서도 게이머들의 흥미를 끄는 곳은 대형 아케이드 게임장일 것이다.
한국에도 게임장이 적지 않지만 일본은 아케이드 게임의 본고장답게 게임장의 규모부터 한국과는 비교를 불허한다. 세가나 캡콤, 타이토 등 일본 굴지의 게임업체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케이드 게임장은 5층 건물 하나를 통채로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게임기를 구비하고 있다.
◆뽑기신 강림만은 피하자
대형 아케이드 게임장은 층별로 다른 종류의 게임기를 배치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1층에는 뽑기 기계가 배치돼 있는데 앞서 소개한 요도바시 아키바에 있는 뽑기 기계가 아니라 한국의 인형뽑기 기계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종류의 인형과 피규어가 기계 안에 있고 심지어는 체중계까지 손님들의 '뽑기 본능'을 발동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뽑기의 가격은 100엔에서 200엔 선이다. 큰 금액을 넣으면 보너스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의 뽑기 기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100엔짜리 동전을 한국의 100원짜리와 혼돈하고 뽑기에 열을 올리다 보면 우리 돈으로 몇 만원 날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코인 러시를 통해 하나라도 뽑는다면 모를까 별 소득 없이 돌아서면 금전 지출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정신적 충격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한국에 없는 게임들도 수두룩
뽑기층을 벗어나 위로 올라가면 한국의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판형 게임기들을 모아뒀거나 리듬게임을 비롯한 체감형 게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날 수 있다. 일반 게임기 층에는 '철권'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게임기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혀 생소한 게임들이 더 많다.
특히 별도의 층에 모여있는 TCG 게임들이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삼국지대전'과 '월드컵 챔피언십 풋볼' 등의 게임은 대부분의 게임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게임기에 카드 스캐너가 내장돼 있어 게이머들이 스캐너 위에 자신의 카드를 올리면 컴퓨터가 이를 인식해 게임에 반영한다.
◆TCG 아케이드 게임 인기몰이
게이머가 카드를 움직이고 조작키를 누르면 게임이 진행되는 방식인데 게임 자체에 등급과 능력치가 있어 어떤 카드를 보유했느냐에 따라 게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월드컵 챔피언십 풋볼'의 경우 축구장 모양의 스캐너 위에 선수카드를 배치해 포메이션을 정하고 패스와 슈팅 등도 카드를 지정하고 조작해야 한다. '삼국지대전'의 경우 장수카드를 전장에 배치하고 전투를 진행해야 하는데 옆에서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 보였다.
카드는 게임을 즐길 때마다 무작위로 받을 수 있는데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초반에 많은 투자를 해야만 한다고 하니 이제 가난한 게이머들은 오락실에 가기도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기계 값이 워낙 비쌀 것으로 예상되고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한국에 많은 물량이 수입되기 어렵다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없고 가야할 곳은 많다
대형 게임장을 두루 섭렵하고도 아키하바라에는 여전히 갈 곳이 남았고 볼 거리가 넘쳐났다. 다음 일정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여러가지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을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유니크한 피규어를 파는 가게에서 '드래곤볼Z'에 등장하는 캐릭터 마인부우를 만났고 그 옆에서는 코스튬플레이에 어울릴 법한 의상과 가면을 판매하는 가게를 구경했다.
중고 가전제품과 게임을 파는 상점도 적지 않았는데 한 중고 오디오 전문점에서 수십만 엔을 호가하는 스피커의 가격표를 보고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한 게임 판매점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국산 게임인 '디제이맥스 포터블' 홍보영상을 만났을 때에는 반가운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그 외에도 엔씨소프트 '리니지' 영상을 상영하는 가게도 볼 수 있었다.
◆고픈 배는 일본식 라면으로 때우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고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다. 아키하바라 관광에서도 먹거리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일본식 라면인 라멘을 먹었다. 요즘 모 통신사 광고를 보고 라멘으로 정한 것은 아니었고 단지 라멘을 먹고 싶다는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메뉴를 그렇게 정했다.
아래 사진에 나오는 철교 인근 식당에서 라멘과 중국식 냉면을 주문했는데 가격이 500엔에서 800엔 정도로 환율을 감안하면 싼값은 아니지만 맛은 훌륭했다. 빛 바랜 사진들이 오랜 역사를 증명하는 것만 같은 가게에서 일본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먹고 나니 그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낀 것 같아 뿌듯했다.
◆다시 한 바퀴 돌고 집으로
식사 전만 해도 다들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으나 배를 채우고 나니 힘이 솟았다.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인근의 골목을 다시 살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아키하바라에 머무른 시간은 3시간 30분 가량이었고 1인당 3000엔에서 5000엔 정도의 지출(뽑기신이 강림한다면 지출은 크게 늘어나겠지만)로 유니크한 아이템과 지인에게 줄 선물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는 갈 때마다 새롭다. 중고 게임상점에서 예전에 즐겼던 게임이 너무나도 초라한 가격(100엔 땡처리라던지)에 판매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지만 비싼 가격때문에 손에 넣지 못했던 예전의 명작을 싼값에 구입하고 흐뭇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확실히 한 수 이상 위인 일본의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개발력도 항상 느껴지는 부분이다. 갈 때마다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게임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아키하바라는 매력을 잃지 않고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 같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기사로 접하는 것만으로는 아키하바라의 진면목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여행 계획이 있는 독자들 중 게임 마니아이거나 일본의 오타쿠 문화를 접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하루 정도는 아키하바라에서 보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