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즐겨본 'P의 거짓: 서곡'은 기대한 만큼의 재미를 선사했다. 도전적인 난이도는 여전했고, 탐험의 재미는 본편보다 업그레이드됐다. 독특한 콘셉트의 새로운 무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무기 날과 손잡이를 바꾸는 즐거움도 충분했다. 새롭게 추가된 리전암 역시 독특한 콘셉트는 물론, 한층 어려워진 전투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충분했다. 플레이 방식이나 패턴이 바뀐 것은 아니다. 비유하면 익숙한 맛집에서 좋아하는 메뉴를 시켜 먹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닮았다.

DLC의 구성은 본편에서 풀어낸 이야기에 뼈대를 더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게임 속 캐릭터(NPC)와 보스 몬스터의 탄생 배경, 숨겨진 문서를 통해 알려졌던 전설의 스토커(사냥꾼)의 이야기들을 본격적으로 풀어낸다. 'P의 거짓'의 강점인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은 여전히 이해하기 쉬웠다.
NPC가 남긴 메시지를 현장감 넘치는 더빙으로 풀어낸 점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탐험 지역을 이해하기가 한결 편했고, 산만했던 본편 캐릭터의 정체성도 확립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피노키오가 쓰는 무기를 NPC가 휘두르는 모습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전투는 출시 전 예상보다 한층 더 어려웠다. 네 번의 엔딩을 본 5회차 계정으로 DLC에 진입했을 때, 평범한 몬스터 하나를 상대함에도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네오위즈는 '서곡' 출시에 앞서 이용자가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는데,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순식간에 이해됐다.

최고 난이도인 깨어난 인형은 고회차 기준에서 도전 모드에 가깝다. 여러 함정과 뭉쳐있는 몬스터 구간, 절망적인 보스 난이도는 소울류를 끝까지 파고든 이용자를 위해 설계된 것 같다. 본편 수준인 전설의 스토커는 일부 보스 진행이 인내할 가치가 있는 난이도다. 그렇다고 쉬움에 해당하는 나비의 인도를 무시하면 안된다. 마지막 보스는 나비의 인도 난이도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울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깨어난 인형 난이도를 선택하겠지만, 고회차 캐릭터라면 이런 고집을 잠시 접어두길 추천한다. 참고로 최신 패치로 4회차부터 난이도가 오르도록 바뀌었으니, DLC를 즐길 예정이라면 최대 3회차 캐릭터로 플레이하길 적극 권장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DLC 몬스터는 공격 패턴의 난해함, 경직저항, 최대 체력 등 모든 부분에서 본편을 압도한다. 본편 출시 직후 버전으로 챕터 12보다 어렵다. 최고 난이도인 깨어난 인형으로 필드까지는 진행할 수 있으나, 보스 전투는 끊임없이 몰아치는 패턴 중 한 대만 허용해도 빈사 상태에 빠지기 일쑤라 재도전 의지를 시험한다. 펄스전지가 재충전 되는 효과음 '띠링'이 언제 울리길 기대하면 쉴새 없이 퍼펙트 가드를 연타해야 하는 게 'P의 거짓: 서곡'의 깨어난 인형 난이도다.
DLC가 한층 어려워진 이유는 몇 가지 전투방식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조무기(리전 암) 퍼펫 스트링을 통한 공중 도약 공격을 시도하면, 백대시로 피하거나 카운터성 공격을 시도하는 몬스터가 늘어났다. 여기에 피노키오가 새로운 상태이상인 빙결에 특히 취약한 것도 탐험과 전투 난이도를 올린 이유 중 하나다. 고회차 진행에서는 평범한 몬스터의 빙결 공격 1번으로도 극히 위험할 정도다. 이를 방지하는 빙결 내성 아뮬렛이 추가됐지만, 고회차 플레이에서 효율은 굉장히 낮다. 엔딩까지 진행하면서 불합리를 느낀 몇 안되는 부분으로, 개발자의 의도보다는 오류에 가까워 보인다.

엔딩까지 진행하며 느낀 'P의 거짓: 서곡'은 프랜차이즈의 개성을 확립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임 속 이야기의 프리퀄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운 'P의 거짓'을 위한 토대를 쌓은 느낌이다. 난관을 헤치며 퍼즐을 풀고, 강적을 물리치는 쾌감은 소울류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앞서 강조한 난이도는 적절한 설정과 회차 플레이 제한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니 접근성도 한층 높아졌다. 본편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난이도로 즐길 수 있는 소울류 게임을 찾는다면 'P의 거짓' 본편과 DLC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