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사막'은 단순히 한 편의 신작을 넘어, 자체 엔진으로 대표되는 펄어비스의 개발 철학이 시험대에 오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부터 이어온 엔진 개발 노하우를 집대성한 차세대 엔진 '블랙스페이스(BlackSpace)' 엔진으로 '붉은사막'의 뼈대를 잡았다.
사실 이러한 행보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근 게임산업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다. 대다수 개발사는 기술적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상용 엔진을 택한다. 검증된 엔진을 썼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밑바닥부터 물리 법칙을 설계하고 엔진을 깎아 만드는 과정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 가시밭길이다. 그럼에도 펄어비스가 이 길을 고집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엔진은 개발자가 상상하는 고유의 액션 질감이나 미세한 물리 효과를 100% 구현하기엔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대작(AAA급)의 경우 상용 엔진을 게임에 맞추는 과정이 필수로 진행되며, 에픽게임즈나 유니티도 이런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전문가 집단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D 스캔실에 줄지어 놓인 수많은 '돌'들 역시 펄어비스의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사실 바위나 나무 같은 개발 자원(에셋)은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경제적이다. 하지만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세계관에 딱 맞는 질감과 디테일을 얻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까지 얻어 실제 자연물을 공수해 스캔하는 번거로움을 택했다.
물론 기술적 완성도가 곧바로 게임의 '재미'로 직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펄어비스 개발팀이 확고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기술이 창작의 한계를 규정짓는 것이 아니라, 창작의 상상력을 기술이 뒷받침하는 투자를 강행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는 완성도를 위해 출시일을 연기하는 고집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펄어비스의 이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은 오는 3월20일 글로벌 시장과 이용자의 냉정한 평가를 앞두고 있다. 앞서 공개된 영상과 글로벌 게임쇼에서의 호평 덕에 흥행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결국 관건은 그들이 깎아낸 정교한 물리 법칙과 디테일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전달되느냐에 있을 것이다. 펄어비스의 미래라 할 수 있는 '블랙스페이스' 엔진과 '붉은사막'이 무모한 결정이 아닌 확실한 선택이 될 수 있을지, 증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