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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게임 보존 청문회 개최 "섭종 게임 관리할 표준 규제 필요"

게임 서비스 종료 후의 이용자 권리를 위한 청문회가 개최됐다(출처=스톱킬링게임즈 공식 유튜브 캡처).
게임 서비스 종료 후의 이용자 권리를 위한 청문회가 개최됐다(출처=스톱킬링게임즈 공식 유튜브 캡처).
유럽연합(EU)에서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서비스 종료된 게임을 보존하기 위한 대규모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

유럽 경제사회위원회(EESC)는 5월19일(현지 시간 기준) 글로벌 게임 보존 운동인 '스탑 킬링 게임즈(Stop Killing Games)'의 일환으로 발의된 '비디오 게임 파괴 반대(Stop Destroying Videogames)'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ECI)에 대한 청문회 및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주도한 시민 발안이 유럽 연합의 공식 입법 검토 단계인 14번째 유효 이니셔티브로 채택됨에 따라, 향후 제정될 소비자 보호 법안의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스탑 킬링 게임즈' 캠페인을 주도하는 NGO의 부디렉터이자 이번 이니셔티브의 공동 발의자인 파벨 잘레샤크(Pavel Zálešák)는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게임산업의 불합리한 퍼블리셔 중심 구조를 비판했다. 잘레샤크는 "다수의 게임 퍼블리셔들은 소비자에게 패키지 및 다운로드 콘텐츠를 전액 결제 방식으로 판매한 뒤, 자신들이 설정한 기한이 지나면 서버를 일방적으로 폐쇄해 게임을 완전히 구동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있다"라고 주장한 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구매 당시 해당 게임의 정확한 수명이나 서비스 종료 시점에 대해 어떠한 투명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다수의 현대 게임들은 퍼블리셔의 원격 지원 없이도 독립적으로 구동될 수 있도록 설계될 수 있지만 퍼블리셔들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용자들이 자체적으로 게임을 수리하거나 사설 서버를 구축해 플레이하는 행위마저 기술적·법적 조치로 가로막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캠페인 측이 제시한 2026년 2월 자원봉사자 연구 조사 통계에 따르면, 멀티 플레이 모드가 포함된 게임의 95.4%를 퍼블리셔가 강제 비활성화했으며, 멀티 플레이 기능이 없는 게임 역시 93.8%가 퍼블리셔에 의해 비활성화돼 소비자가 게임을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레샤크는 이를 두고 "소프트웨어가 지구상에서 지워질 때마다 우리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은 문화적 손실을 반복해서 목격하고 있다"며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당장 불길을 잡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법률 전문가들 역시 현행 게임 업계의 최종사용자 라이선스 계약(EULA)이 소비자에게 지극히 불리하게 구조화돼 있다고 입을 모았다. 마드리드 산 파블로 대학의 법학 교수인 알베르토 이달고 세레소(Alberto Hidalgo Cerezo)는 제니맥스/베데스다의 '폴아웃 76(Fallout76)' 약관을 실제 예시로 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약관의 제7조 종료 조항에는 '회사는 언제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으며, 종료 즉시 소비자는 소유한 게임 사본을 영구 파괴하고 하드 드라이브에서 삭제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세레소 교수는 "개인 소비자는 거대 디지털 기업의 사실상 권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라며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유통 모델로 발전했다고 해서 소비자의 권리가 20세기보다 퇴보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는 명백한 디지털 콘텐츠의 계획적 구식화이자 불공정 행위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세레소 교수는 "EU는 지난 50년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보호 정책을 선도해 온 세계적인 리더"임을 상기시키며, 이러한 선도적 정체성이 이제는 '디지털 단일 시장'이라는 새로운 목적지에도 그대로 도달해 27개 회원국의 법적 파편화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럽 의회의 카타리나 비에이라(Catarina Vieira) 의원은 "13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서명한 이 운동은 현재 유럽 의회 내에서 정파를 초월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미국 등 전 세계 이용자들로부터도 환영 메시지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으며 "게임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의 한 형태이며, EU가 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전 세계 디지털 권리 보호와 비디오 게임 규제 분야의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의 실무 책임을 맡은 EU 집행위원회 소비자 총국의 이자벨 페리뇽(Isabelle Pérignon) 소비자 담당 이사 역시 현행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다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 "올해 말 발표 예정인 '디지털 공정성 법안(Digital Fairness Act)'에 해당 규제 방안을 적극 포함해 검토하겠다"라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다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 기술적 다변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됐다. EU 집행위원회 정보통신총국의 주세페 아바몬테(Giuseppe Abbamonte) 미디어 정책 이사는 "모든 게임의 개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단일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은 업계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짚었다. 또한 이용자들에게 사설 서버 구축을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불법 콘텐츠 유통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안전장치가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향후 과제로 평가돼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통해 유럽 연합은 기업의 상업적 자유와 저작권, 그리고 소비자의 소유권 및 문화적 보존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조율에 돌입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종합해 오는 6월16일 위원단 회의를 거쳐 법적 구속력의 초석이 될 공식 답변서를 채택하고 향후 세부 입법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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