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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학회장 이대웅 교수 "학부모 인식 변화부터"

이대웅 교수가 문 담배가 필터 근처까지 타들어갔다. 겹규제에 둘러싸여 고사위기에 처한 한국 게임산업의 현재를 보는 것만 같았다.

이 교수가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각별할수밖에 없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이자 상명대학교 교수로서 게임인재 양성을 위해 십수년간 힘써왔다. 한국게임학회장으로서 이 교수는 국내 게임제작 기술 향상을 위해 학술적 교류 증진의 중심에 있었다. 상명대학교 교수이기도 한 그는 서울소재 4년제 대학교 중 최초로 게임 관련 학과인 모바일게임콘텐츠학과 신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게임산업이 언젠가부터 '마약'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됐다. 졸지에 마약 생산자를 양성해온 꼴이 된 것이다. 이 교수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다.

게임학회장 이대웅 교수 "학부모 인식 변화부터"
◇한국게임학회 이대웅 회장

◆ 업계만 듣는 성명서, 필요없다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의 각종 셧다운제가 실시된 이후 교육과학기술부마저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초유의 규제안 '쿨링오프제'를 주장했다.

이에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각계에서 즉각 반발이 일었다. 여기저기서 성명서가 날아들었고 반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아무리 성명서 내면 뭐해요. 보수언론에선 실어주지 않는데. 데일리게임같은 게임산업에 우호한 매체에만 나가는거지 조중동같이나 한겨레같은 신문에 실릴것 같습니까? 한겨레가 '게임산업 중요한겁니다' 그럴것 같아요? 소용없어요. 뻔한거에요. 지금 게임산업은 국민 전체가 적이에요"

정부와 정치권이 게임산업에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이상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소리다. 업계가 반발하는 입장을 내도 결국은 그들만의 리그에 그친다는 것. 주류 보수언론들에 의해 양산된 부정적 기사들로 게임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더 없이 나빠진 이상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이 교수는 교육자들의 인식이 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점도 지적했다.

"한번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발표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내가 국사 교육을 위해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게임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교육시키자고 발표했지. 근데 그때 모인 연구원들하고 선생님들에게서 돌아온 답은 하나였어요. '열공'. 머리에 띠두르고 열공이 답이다 이거야.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게임 만들어서 공부했냐는 거지. 돈도 없고 시간도 없대요. 요즘 애들 영상세댄데, 근데 그게 아니래요. 그냥 공부가 최고라는 거야"

21세기. 영상미디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을 위한 지러닝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그대로 면박만 당하고 나왔다. 교육자들이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부르짖지만 좋은 교육을 위해 게임을 사용하는 것에는 인식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게임산업은 도대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이교수는 또다시 담배를 꺼내물었다.

◆학부모 인식부터 바꿔야

"답은 뻔해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출발은 학부모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답은 이미 나와있다고 강조한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했다.

"한번은 우리학교 평생교육원에 학부모 게임교실을 열어봤어요. 우리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부모들이 직접 해보고 소통해보자는 취지였지. 그런데 정말 단 한명도 안왔어요. 단 한명도. 만약 '수능 1등급 올려줍니다'라는 내용으로 했다면 아마 미어터졌을걸. 그냥 학부모들은 게임을 이해할 생각이 없는거예요. 그냥 없애야 하는 존재로 보는거지"


게임학회장 이대웅 교수 "학부모 인식 변화부터"

그럼에도 이 교수는 게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소통의 노력이 계속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특정 지역, 특정 시간에만 국한된 제한된 소통이 아닌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폭넓은 행사로 이어져야만 가능하다는 말도 보탰다.

"전국 백화점이나 구청에 위치한 문화센터에 게임교실을 여는 거예요.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게임은 이런 것이라고 가르치는 거지. 게임은 그냥 게임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녀들과 서로 대화를 해보라는 거예요. 야단만 치지 말고"

이 교수는 게임문화재단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이 필요한 일이고 정부 부처와 조율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협회가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라 의미가 퇴색되서다. 게임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운용해 마련한 게임문화재단이 그런 일을 해야 제격이라는 소리다.

◆게임 배우러 온친구들 "독해"

화풀이만 거듭 하던 시간이 이어질 무렵, 문득 화두가 이 교수가 가르칠 학생으로 바뀌었다. 이 교수 주도로 상명대학교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중 최초로 게임학과가 신설한 학교가 됐다. 숱한 내부 반대와 위기를 뚫고 만든 게임학과가 새로이 탄생한 것이다. 올해 첫 1회 신입생을 맞는 이 학과의 정원은 타 학과의 절반수준인 20명.

하지만 이 교수의 부담도 만만찮다. 당장 '못할'산업을 가르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왜 얼마전 한 보수언론 하나가 장장 10회에 걸쳐 게임산업을 비판해잖아요. 내가 그거 다 스크랩해뒀어. 그래서 3월 입학할 신입생들에게 죄다 나눠줄 생각이에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러한데 정말 게임을 공부하고 싶은지 학생들에게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만 데리고 가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는 표정이었다.

"게임만들겠다고 오는 애들은 다 골수분자예요. 경영하겠다 뭐하겠다 하는 애들은 대강 절반 이상은 성적 맞춰 오는 친구들이지만 게임하겠다고 오는 친구들은 온갖 반대를 뚫고 오는 친구들이에요. 안만나봐도 뻔해요. 독한 친구들이지"

이 교수는 게임을 공부하려는 도전한 이 학생들에게 있어선 절대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거듭 한탄했다.

"인간이 가장 슬플때가 언제인지 알아요? 내가 내 것을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할때에요. 내몸이잖아요. 그 상황이 제일 슬픈 거예요"

[데일리게임 문영수 기자 mj@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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