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조정을 주무르는 이인임은 완벽한 악인은 아니다. 그의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 자신의 목적이 국가 보다 먼저인 것이 문제지만 언제나 명분과 대의로 반대파를 꺾어낸다. 그가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상대가 강할 때는 적당히 물러설 구실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자신 역시 물러설 때는 그런 것을 요구한다. 철저한 거래, 이것이 이인임이 오랜 기간 정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게임을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한 신의진 의원은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신 의원은 4월 임시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4대 중독법을 상정하겠단 입장이다. 6월 국회 전체 상임위가 변경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신 의원에겐 마지막 기회다.
신 의원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다. 그가 정치권에 입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소년의 건강에 애써온 그간의 공로가 커서다. 정신건강학회 등 의학계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정신과 전문의였던 그에게 게임중독 이슈는, 본인의 관점에서 게임업체로부터 시작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해당 법안이 규제안이 아니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보완책이라 주장할 수도 있겠다.
여기서 게임업계가 필요한 것은 이인임이 그랬던 것처럼 물러나게 해 줄 구실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신 의원을 만나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애쓴 그의 공로를 인정하고, 게임 과몰입을 방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대안을 마련해 이를 신 의원의 노력의 결과로 돌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규제철폐 의지만 믿고 아무것도 안 한다면 오히려 눈 밖에 날 가능성이 크다.
'쥐도, 사람도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극단으로 몰지 않고 거래를 한다'는 게 이인임의 정치철학이다. 정치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상대적인 것이 있는 만큼, 게임업계도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