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이 최근 유튜브 '넥슨태그' 채널을 통해 공개한 '게임프로파일링'의 '당신이 게임에서 내린 모든 선택, 정말 당신의 의지였을까?' 영상에서 넥슨 게임 UX 분석팀 구본승·김현성 연구원은 "게임 속 플레이어들의 협동은 철저히 정교하게 계산된 사용자 경험(UX) 디자인과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메커니즘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현대 게임이 어떻게 플레이어 심리를 자극해 유기적인 팀워크를 이끌어내는지가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구본승 연구원은 "단순히 같이 해서 재밌다는 수준이 아니라 서로가 없으면 게임 진행 자체가 안 되는 상호 보완적 관계를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직관적 역할 분배를 유도하는 '내추럴 매핑(Natural Mapping)' 기법도 주목받았다. 별도 설명 없이도 한 명이 못을 들면 다른 사람이 자연스럽게 망치를 드는 구조를 통해 협력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두 역할의 중요도를 균형 있게 설계해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이끄는 이른바 '버스 플레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구 연구원은 "단순히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상호 의존성을 설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도적인 불편함과 제약을 통해 협동을 유도한 사례로는 생존 등반 게임 '피크(Peak)'가 소개됐다. 해당 게임에서는 인벤토리 아이템을 사용하려면 직접 가방을 벗고 뒤져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을 적용했다.
김현성 연구원은 "보통 게임은 인벤토리를 열면 바로 아이템을 꺼내지만 여기서는 직접 꺼낼 수 없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라며 "내가 가방을 메고 있으면 뒤에서 친구가 아이템을 꺼내 쓸 수 있고, 짊어진 사람은 무게 때문에 스태미나가 줄어든다. 배낭 하나만으로도 서로 도와야 하는 구조를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호적 관계 대신 '불확실성' 자체를 협동의 핵심 재미 요소로 활용한 사례도 제시됐다. 엠바크 스튜디오의 익스트랙션 슈터 '아크레이더스(ARC Raiders)'는 초기 테스트 당시 소셜 기능이 없을 때 이용자들이 서로를 발견하자마자 공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총을 쏘지 말자는 의미의 '돈 슛(Don't Shoot)' 감정 표현이 도입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필드에서 만난 낯선 이용자와 '돈 슛'을 외치며 맺는 임시 동맹은 언제 배신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구 연구원은 "불확실성과 배신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성공했을 때 쾌감이 더 커진다"라며 "위험 요소 자체를 재미 포인트로 설계한 사례"라고 짚었다.
또한 이 같은 협동 메커니즘의 근저에는 인간의 진화 심리학적 본능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간에게 협동은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뇌 역시 협력을 지속하도록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구 연구원은 "인간이 협력하게 된 이유는 그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게임에서 타인과 협력하거나 유대감을 느낄 때 뇌에서는 신뢰와 유대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설명했다. 구 연구원은 "옥시토신은 협력 시 뇌에서 폭발적으로 분비되며, 타인을 더 돕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집단 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할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도 언급됐다. 구 연구원은 "세로토닌은 충동 조절에 영향을 주며 단기적 이득보다 장기적 이득을 선호하게 만든다"라며 "배신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협력을 더 오래 지속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두 연구원은 "게임을 정교하게 디자인한다는 것은 결국 이용자에게 제약과 상호 의존성, 불확실성이라는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본능적으로 협동의 가치를 깨닫고 깊은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