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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블리즈컨 2026'… 확장과 변화 외친 블리자드

'블리즈컨 2026'의 새로운 소식들은 블리자드의 변화의 방향성을 잘 보여줬다.
'블리즈컨 2026'의 새로운 소식들은 블리자드의 변화의 방향성을 잘 보여줬다.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그리고 '워크래프트'까지. 블리자드를 대표해온 핵심 IP들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하며 사흘간의 대장정을 마친 '블리즈컨 2026'은 블리자드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오랜 팬들이 기다려온 소식을 공개하는 동시에 기존 IP의 장르와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를 내놓았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주요 IP들의 차기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틀을 벗어난 변화가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것은 단연 '스타크래프트' 신작이다. 댄 헤이 총괄 매니저의 지휘 아래 개발 중인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전통적인 전략 시뮬레이션(RTS) 장르에서 벗어나 오픈 월드 기반의 스토리 중심 SF 슈터로 개발된다.
'스타크래프트2: 공허의 유산'으로부터 70년이 지난 시점의 코프룰루 섹터를 배경으로, 플레이어가 전장을 내려다보는 기존 RTS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전장에 뛰어드는 구조다. 투박하고 거친 '인터스텔라 서부극' 같은 분위기와 세 종족의 특색은 유지하면서 스토리 미션과 오픈 월드 탐험을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스타크래프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RTS라는 장르적 정체성이 강했던 '스타크래프트'를 슈터로 전환한 것은 단순히 플레이 방식 하나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이용자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세계관과 전투 방식을 새로운 시점에서 경험하게 함으로써, 오랜 IP에 새로운 플레이 경험을 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시리즈 탄생 30주년을 맞은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장르를 바꾸기보다 시간적 배경과 시스템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현재 서비스 중인 '디아블로4'는 닌텐도 스위치 2 버전 출시와 신규 직업 '아마존' 합류 등을 통해 장기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간다.
동시에 공개된 정식 후속작 '디아블로5'는 전작에서 100년이 지난 '파괴된 성역'을 무대로 한다. 캐러밴을 중심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시스템과 질병을 다루는 신규 직업 '역병 기사', '디아블로2'의 감성을 계승한 룬·룬어 시스템 등을 도입하며 2029년 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된다.

'디아블로5'의 변화는 장르 전환보다는 익숙한 세계에 새로운 시간과 생존 구조를 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두고 새로운 성역을 제시하면서 기존 세계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캐러밴 생존과 신규 직업, 룬·룬어 시스템 등을 통해 시리즈의 핵심인 성장과 전투에 새로운 변수를 더한 것이다.

블리자드의 핵심 자산인 '워크래프트'는 본편과 클래식, RTS를 아우르며 IP의 여러 시대와 장르를 확장하는 라인업을 선보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한밤'의 마지막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인 '빛의 잠식(Eclipse)'에서는 잘아타스의 최종 음모와 티탄의 고대 땅 '맨틀 금고', 신규 공격대 '세계핵' 등이 공개되며 세계혼 서사시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클래식 라인업에서는 오리지널 감성과 60레벨 만렙 제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종족 '스카이본'과 1000개가 넘는 신규 퀘스트, '타임 버블' 개념의 이면 세계를 탐험하는 영구 플레이 서버 'WoW 포에버'를 선보였다. 여기에 로데론 몰락 이후 스컬지에 맞서는 실바나스 등의 이야기를 RPG 방식으로 풀어낸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포세이큰 왕국' 신규 캠페인까지 더해졌다. 하나의 시대에 머무르기보다 워크래프트의 여러 시대와 장르를 활용해 유니버스를 확장하려는 방향이 이번 발표를 통해 뚜렷이 확인됐다.

'워크래프트'의 경우에는 하나의 작품을 크게 변주하기보다 여러 시대와 장르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최신 확장팩부터 클래식, RTS 캠페인까지 서로 다른 형태의 콘텐츠를 병렬적으로 제공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세계관 자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이번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콘텐츠를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기존 IP가 가진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장르와 시간, 콘텐츠 형식 등을 달리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려는 시도가 여러 작품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방향은 콘텐츠뿐 아니라 블리자드가 게임을 개발하고 이용자와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블리자드의 개발 방식과 이용자 소통에 대한 방향 전환도 자리하고 있다. 현장에서 진행된 조해나 패리스 사장의 기조연설과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된 것도 '이용자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두려움 없는 도전'이었다.

패리스 사장은 이번에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5' 등 주요 신작의 구체적인 출시 목표 연도를 공개한 배경에 대해 "특정 연도에 출시한다고 말한다면 실제로 그해에 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며 "큰 야망과 목표를 날짜와 함께 제시하고 이를 지켜내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출시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방식에서 벗어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개발팀의 자율성과 조직 간 협업을 통해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IP 확장은 게임 안에서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패리스 사장은 "수십 년 동안 게임을 통해 세계관을 만들어왔지만 이제는 그 이야기를 새로운 스크린에서 더 큰 방식으로 선보일 때"라며 넷플릭스와 함께하는 '디아블로' 애니메이션 시리즈 제작을 공식화했다. '오버워치'를 비롯한 다른 유니버스 역시 게임 외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블리자드가 축적해온 IP를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발표된 라인업은 단순한 신작 공개를 넘어 각 IP가 가진 기존의 틀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RTS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성장한 '스타크래프트'는 오픈 월드 슈터로, '디아블로5'는 100년 뒤의 성역과 새로운 생존 시스템으로, '워크래프트'는 여러 시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기존 IP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 과거의 자산을 박제된 유물로 남겨두지 않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연결하려는 방향이 주요 IP 전반에서 나타난 셈이다.

블리자드는 '블리즈컨 2026'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했다. RTS의 틀에서 벗어난 '스타크래프트' 신작과 '디아블로4'의 장기 서비스, 100년 뒤의 이야기를 다루는 '디아블로5', 그리고 WoW와 '워크래프트3'를 아우르는 워크래프트 유니버스 확장까지 기존 IP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조직 체질 개선을 이끌어온 패리스 사장의 지휘 아래 블리자드가 내놓은 새로운 청사진은 이제 실제 결과물로 이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구체적인 목표 연도와 새로운 개발 방향을 제시한 만큼, 앞으로 공개될 주요 IP들이 실제 결과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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