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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국산 모바일게임 경쟁력, 현실부터 직시해라

종이, 화약, 인쇄술, 나침반 등의 혁신적인 발명품들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중화문명과 동양세계가 현재 유럽과 서양에 뒤쳐진 이유 중 하나가 전체적 생산력이 서양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라는 학설이 있다.

유럽, 서양에 비해 생산물이 풍부했고 필요한 자원도 대부분 현지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양처럼 신항로를 개척할 이유나 신 기술을 만들기 위한 필요가 전혀 충족되지 않았다는 학설이다.

이어서 중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지 못했던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사람이 워낙 많아 인력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싸서'이다. 그냥 사람이 생산해도 자동화 기계를 구상, 제작 및 적용하는데 들이는 것보다 저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말.

로마 이후 현대까지도 전란이 계속된 유럽과 달리 동양은 2~3세기간 통일 왕조와 길어야 반세기의 교체기가 반복되면서 평화와 번영 안정이 유지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유력한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전란이 심한 일본조차 내전 기간이 가장 긴 것이 전국 시대의 2세기 동안일 뿐. 긴 기간 전란을 겪지 않아 여러 물자의 과격한 소모가 미덕인 전쟁으로 인한 물자의 효율적 소모 및 생산 등의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은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학설을 그대로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에 그대로 대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자원이 충분해졌다. 게임업계에 종사하고자 하는 인력은 넘쳐났고 이 인력도 IT 업계의 낮은 연봉 추세가 이어져 싸게 쓸 수 있었다. 신 장르를 개척할 이유도 없었다. 이전부터 계속 이어진 흥행 공식인 'RPG'와 '뽑기형 아이템'이면 충분히 수익이 발생했다.

인력이나 생산에 있어 부족함이 없는 과거 중국의 역사가 국내 모바일 산업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듯 하다. 결과 역시 역사와 마찬가지로 외부보다 경쟁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서양과 동양이던 대립 상태를 한국과 그 외 모든 나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 종사자들의 열정은 산업자체를 살찌우게 하긴 했지만 외부 경쟁력을 강화시켰다고까지 말하긴 힘들다. 필요하지 않으니 굳이 해외 시장을 개척할 필요도 없었고, 모방만 하는 중국을 낮춰봤다. 콘솔 강국이었지만 자신들만의 방식만을 고집했던 일본은 갈라파고스 현상으로 보며 도태될 거라 믿었다.

내수시장만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기에 단기적인 목표에 치중했으며, 중국의 자본과 일본의 IP가 결합이 가져올 파급력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와 개발 능력 모두에서 우리를 추월하고 있고 일본은 IP 잠재력으로 시장의 위협이 된 상태다.

사업차 한국을 방문한 中, 日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더 이상 한국 게임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 시장과 IP에는 큰 관심이 있지만 게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도 IP만 구매하겠다는 제의를 한다. 더 짧은 개발 기간에 더 적은 비용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보인다.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국내 게임 업계의 태도는 방관에 가까웠다. 자신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현재 해외 게임들은 현관문을 넘어선지 오래. 안방문을 열어 젖히기 직전에 당도해 있다. 외세의 침투에서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먼저 스스로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전쟁에도 뛰어들며 자신을 발전시켜가야만 할 것이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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