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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신화 민용재 YJM 대표로 컴백, "게임업계 '허리' 되겠다"

카트 신화 민용재 YJM 대표로 컴백, "게임업계 '허리' 되겠다"
“이거 멋지게 성과 좀 내고 인터뷰 하려고 했는데 참 쑥스럽네요.”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민용재 YJM 대표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건넨 첫 마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숨어 있다가 등장하고 싶었던 것이 그의 바람이었지만, ‘포트리스’와 ‘카트라이더’ 등 국내 내로라하는 캐주얼게임을 성공시킨 그에게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JYP도 아니고 자신의 영문 이니셜로 회사명을 만들었냐고 묻자, “그냥 넥슨에 있었을 때 제 이메일 아이디가 YJM이고, 다들 그렇게 회사명을 만들길래 저도 그렇게 했을 뿐 별 뜻은 없습니다”는 답변이 싱겁게 나왔다. (주: 띵소프트는 정상원 대표가 넥슨에서 사용한 닉네임, 로두마니스튜디오와 지피스튜디오도 마찬가지다.)

“만들어 놓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니 이름 걸고 하는 만큼 도망은 못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제 이름 걸고 열심히 하자는 좋은 뜻으로 열심히 하기로 했습니다”는 말이 이어졌다.

2009년 넥슨 국내사업을 책임지던 그가 돌연 사라진지 3년 만에 업계로 복귀했다. CJ E&M 넷마블과 ‘블루멍키스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세계를 향해 뛰기 시작한 그를 개발사 지피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3년 동안 '빡쎄게' 공부하다

민용재 대표를 보자마자 제일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그 동안 뭐했냐고.

“게임 공부했죠 뭐. 아시다시피 넥슨 미국법인 만들 때 합류했다가 퇴사하고 자연인 민용재로 미국 게임산업 돌아봤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중국가서 지냈고요, 10년 동안 넥슨에 있으면서 내가 게임 좀 안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었는데, 미국과 중국에서 지내면서 ‘내가 정말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이 온라인게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은 변화가 없지만,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몰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그리고 미국과 중국에 대한 시각이 밖에서 보니 많이 다르더군요. 정말 긴장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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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대표는 자신에게 미국을 가라는 김정주 NXC 대표의 권유에 처음에는 서운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서도 국내 사업 잘하던 민 대표가 미국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면서 ‘팽’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1년 동안 미국에서 스스로 깨우친 바가 많았고 시야를 넓혀 준 김정주 대표에게 감사한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회사를 떠났고 선입견 없이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미국에서 한국은 여전히 게임산업의 변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디즈니, 픽사, 워너브라더 같은 세계적 미디어그룹들에게 한국은 변두리였던 것이다. 넥슨에서 이름을 알린 그에게도 디즈니와 픽사, 워너브라더스 대표급과 인사하는 자리를 갖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민 대표는 인맥을 넓혀나가는데 공을 들였다. 천운도 따랐다. 전설적인 음악게임 ‘기타히어로’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찰스 황이 후원자가 됐다. 그를 통해 미국 게임업계 거물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막연히 한국에서 개발사 육성을 해야겠다는 맘을 먹고 있었던 2010년 중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민 대표는 지인들의 개발을 돕기 위해 자금을 대주고 있었는데, 중국의 벤처캐피탈인 ‘노던라이트’에서 ‘EIR’ 요청을 했던 것이다. 게임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주고 포토폴리오 관리를 해주는 업무를 맡았다. 자신이 잘만하면 개발하는 동료들에게 투자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 한 몫 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알면 알수록 한국 게임산업을 위협하는 무서운 추격자라는 생각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국산 온라인게임 시장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자신이 10년 넘게 몸담은 산업에 대한 애착이 사명처럼 자신의 등을 떠밀었다.

중국과 미국의 메이저기업의 거액 스카우트 제의도, 1000억이 넘는 펀드를 운영해 달라는 투자사의 제안도 거절하고 민 대표는 홀연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설립한 것이 YJM 엔터테인먼트다.

카트 신화 민용재 YJM 대표로 컴백, "게임업계 '허리' 되겠다"

◆ 게임산업 ‘허리’ 만드는데 기여할 것

YJM 엔터테인먼트는 개발사에 자금을 투자하는 회사다. 이렇게 말하면 벤처캐피털을 떠올리기 쉬운데 개념은 약간 다르다. 정해진 기간 안에 자본금을 상환해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사람과 회사를 믿고 투자를 한다. 이렇게 보면 개인 엔젤투자자와 비슷한데 이것이 법인화 돼 있다. 무엇이라 규정하기 애매한 그런 회사다.

현재 YJM은 지피스튜디오, 어쓰점프, 스튜디오이엑스, 에듀케이먼트 회사 등 4개 개발사에 투자하고 있고 이들 회사는 6개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투자한 지분율은 20%에서 60%까지 다양하다. 자회사라고 봐도 무방할 터인데 그렇게 표현하진 않는다. 같이 성장해야 하는 동반자 혹은 협력사라고 표현했다.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간단해요, 자금이 필요한 개발사에 자금을 대겠다는 거예요. 까다로운 투자 조건도 없어요. 좋은 게임을 만들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면 누구나 환영하죠. 언제까지 돈을 상환 받겠다는 것도 없습니다. 게임만 열심히 만들면 그것을 세계에 팔고 실패하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 하는데 YJM이 책임지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한국 게임산업의 허리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민용재 대표는 동반성장과 세계화를 몇 번이나 강조했다. 좋은 아이템을 가진 회사라도 초창기 들어가는 자금에 허덕여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했다.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면 되지만 그 순간까지 버티는 게 힘든 것이다.

카트 신화 민용재 YJM 대표로 컴백, "게임업계 '허리' 되겠다"

중국에서 저가 게임들이 들어오면서 더더욱 설 자리가 없어진 한국 개발사들에게 조금이나마 일어설 자리를 내주는 것이 YJM의 사명이고 이를 통해 자신들도 성장하겠다 했다.

“넥슨과 엔씨 같은 회사가 10조 정도 회사로 성장해 끌어주고 그 뒤 개발사들이 커서 뒤를 바쳐줘야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있어요. 지금처럼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 지고 개발사의 기반이 약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민 대표는 ‘허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세계화를 꼽았다. 게임만 만들면 민 대표 자신이 모든 인맥과 방법을 동원해 해외에서 잘 팔아주겠다는 것이다. 지피스튜디오의 처녀작 ‘블루멍키스’의 글로벌 판권도 YJM과 CJ E&M이 공동으로 소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즈니와 픽사, 워너브라더스 같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한국이나 아시아 지사 대표를 만나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최고 결정권자와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막대한 돈을 뿌린다고 해서 게임이 흥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럴 바엔 차라리 그쪽 분야에서 최고인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게임을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민 대표의 생각이다. 말 뿐이 아니라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고 조만간 좋은 소식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

◆ 실패가 두렵지 않은 창업 열풍 만들고파

“전 M&A가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벤처를 키우고 이를 팔고 다시 업계에 재투자하는 선 순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을 해서 실패하더라도 재기를 못할 정도의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창업을 해서 성공하면 부자가 되고, 실패하더라도 본전 이상을 건지는 그런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어요.”


민용재 대표는 1000억원 이하의 M&A가 자유롭게 일어나는 게임업계 풍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젊은 개발자들이 과감히 창업을 하고 회사를 팔더라도 이를 재투자하는 환경, 만약 실패를 하더라도 창업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는 안 보게 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민 대표의 꿈이다.

이를 통해 자금의 선순환과 투자가 일어나면 게임산업의 기반이 되는 개발사도 많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손해를 안 보도록 회사를 파는 총대는 자신이 지겠다고 했다. 단 단서를 달았다. ‘그 돈 가지고 튀지는 말 것’이라고. 회사 매각으로 돈을 많이 벌더라도 그 돈의 절반 정도는 꼭 게임업계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는 조건이다.

“좋은 회사에서 나오는 월급만 받아도 생활은 되겠죠. 그러나 전 창업한 후배가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최소한 대기업 연봉보다 많은 대가를 챙길 수 있도록 책임지고 싶어요. 그래서 날 믿고 창업하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본다는 그런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게임산업에 대한 애정을 강조하던 그에게 ‘장가 언제 갈거냐’는 심술궂은 질문을 던졌다. 최고 학벌에 준수한 외모를 겸비한 그지만 결점은 아직 평생의 반려자를 못 만났다는 것.

“3년 전에 갔어야 하는데 해외 돌다 보니 연애할 타이밍을 놓쳤네요. 올해도 무척이나 바쁠텐데 이거 걱정입니다. 마흔 되기 전에는 가야 할 텐데요. 어디 좋은 사람 없습니까?”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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