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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응답하라20XX] 그때 우린 강변역으로 향했다

올해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인 ‘타임슬립’이 유행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의 아련한 그리움을 자극했다면, 케이블TV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7’은 30대들의 문화적 향수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국 온라인게임산업도 이제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17여년이 돼갑니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구술을 통해 게임업계의 추억여행을 해보자는 뜻에서 이번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 1999년 11월, 그때 우린 강변역으로 향했다

나의 직장은 서울 광진구 2호선 강변역에 있다. 정확히 말하면 강변 테크노마트 34층이다. 우리 회사는 온라인 고스톱 게임을 서비스 하는 ‘한게임’이란 회사다. 90년대 중반 IT창업이 엄청나게 일었고 곧 거품으로 꺼졌지만, 그때 불붙은 창업열기는 온라인게임이란 아이템으로 1999년 지금도 이어지고 있었다.

테크노마트에 있는 우리 사무실은 갓 5평을 넘긴 정도다. 임대료는 없다. 정부가 마련해 준 공간이다. 정부는 게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법률(음비게법)을 개정하면서 ‘게임종합지원센터’라는 것을 만들었고 입주회사들에게 사무실 지원이나 기술지원, 법률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정부가 한국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순순히 외산게임으로부터 국내시장을 지키고자 했던 성격이 강했다. 오락실 등 아케이드 게임은 대부분은 일본산이었고 패키지게임은 미국산이 많았다. 물론 ‘창세기전’, ‘장보고전’ 등 국산 패키지게임도 나왔지만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2’ 등 게임 판매량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1998년 집계한 한국게임산업 전체매출은 625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80% 이상이 아케이드 매출이었고 온라인게임은 미비했다. 엔씨소프트가 서비스 중인 ‘리니지’가 대박이라고는 하지만 전체산업으로 보면 미비한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같은 온라인 게임회사는 ‘온라인’이란 새로운 기술 트렌드 덕에 지원을 운 좋게 지원받은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우리와 같은 회사가 여러 곳 있다. ‘바람의나라’를 서비스 중인 넥슨, FPS게임을 만든다는 ‘드래곤플라이게임공장’도 있고, 무협게임을 개발하는 ‘하이윈’, CCR 등 여러 회사가 있다. 다들 20~30대의 청년 CEO들이 회사를 차렸다. 당시에는 회사명을 영어로 짓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게임제작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장비실에 있다. 컴퓨터그래픽실, 영상 및 음향편집실, 모션캡쳐실 등 고가장비를 일정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아직 3D그래픽이라는 것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관심이 가는 분야는 분명하다.

젊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만들었다 보니 딱딱한 사규 같은 건 거의 없다. 정해진 출근시간 보다는 밤새 야근하면 회사 구석에서 자는데, 아무래도 남의 사무실을 사용하다 보니 눈치가 보이는 정도가 불편이다.

우리 회사는 명절 때 즐기는 고스톱을 온라인으로 구현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다. 다만 이를 어떻게 수익모델로 만들지가 고민이다. 진짜 돈을 게임머니로 만들면 이는 도박이 되기 때문에 오늘도 이에 대한 회의로 밤을 샐 예정이다.

아직 온라인게임이라는 것이 대중화 되지 않았다. 밤을 새고 한강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볼 때마다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 2012년 10월 현재

2010년 한국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7조 4312억원이며 온라인게임은 4조7673억원으로 전체규모의 64.2%를 차지했다. 게임종합지원센터는 후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됐다가 5개 콘텐츠 기관을 통합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흡수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허브센터, 모바일허브센터 등 지원기관을 만들어 과거와 유사한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게임은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NHN이 됐고 인터넷포털과 게임을 서비스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회사가 됐다. 고포류 유료화 모델은 아바타를 사면 게임머니를 충전해 주는 ‘간접충전’ 방식을 택했지만, 2000년 대 중반을 거치면서 게임 사행성이 불거지면서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머그게임인 ‘바람의나라’를 서비스 한 넥슨은 적극적인 M&A로 규모를 키운 뒤 일본증시에 상장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바람의나라’는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지난해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넥슨이 만든 부분유료화 모델은 전세계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사용하는 사업모델이 됐다.

드래곤플라이는 ‘게임공장’이란 수식어를 떼고 법인등록을 했으며 ‘스페셜포스’ 시리즈로 촉망 받는 개발업체가 됐다. 최근 신작들 흥행에 실패하면서 숨고르기 중이다. 또 하이윈, CCR 등도 전성기를 보내고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정리=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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