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가 주최하고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주관한 'AI 중독예방 공모전'은 AI 기반 영상, 숏폼, CM송 등 중독 예방 콘텐츠를 공모하는 행사다. 중독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을 명시한 부분이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하는 '낙인효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성남시는 16일 오후부터 관련 홍보물과 배너를 하나씩 삭제하며 진화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입장이 바뀌었다. 17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AI 중독예방 공모전'을 강행한다고 밝혔고, 달라진 것은 4대 중독 항목에 적힌 인터넷게임이 인터넷으로 바꾼 정도다. 오히려 사과나 해명도 없이, 억울하다는 입장만 강조해 논란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성남시는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업체가 밀집한 판교를 품고 있다. 이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세금만 수천억 원에 달해,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재정자립도 1위를 기록했다. 역대 성남시장들이 한 번쯤은 '게임은 문화다'라고 외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성남시는 게임산업을 성장의 파트너로 삼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주최한 게임문화축제 'GXG 2024'는 '게임, 문화로 즐기다!'를 내걸었다. 오는 9월19일에도 관련 행사가 진행되는데, 공교롭게도 'AI 중독예방 공모전' 수상작 발표에 이틀 앞서 진행된다. 상반된 성격의 행사를 거의 동시에 개최하는 셈이라, 논란을 더욱 키우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AI 중독예방 공모전' 강행을 결정한 성남시의 결정은 그동안 잘해온 것들을 무너뜨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모두가 납득할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깨어진 신뢰를 되돌리는 시발점은 'AI 중독예방 공모전'을 중단하고, 관련 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게임산업 협력의 공든 탑이 무너지기 전에, 성남시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