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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블리자드VS.핵, 엎치락뒤치락 고소 전쟁②

수많은 게임들이 플레이되는 과정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집니다. 게임 내 시스템, 오류 혹은 이용자들이 원인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게임 내외를 막론한 지대한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데일리게임은 당시엔 유명했으나 시간에 묻혀 점차 사라져가는 에피소드들을 되돌아보는 '게임, 이런 것도 있다 뭐', 줄여서 '게.이.머'라는 코너를 마련해 지난 이야기들을 돌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게.이.머'의 열 여덟 번째 시간은 시간은 지난 시간에 다뤘던 액티비전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와 '핵'과 '봇'(Bot, 자동 사냥 등을 수행하는 인공지능)으로 알려진 비인가 불법프로그램과의 전쟁에 대한 남은 이야기를 이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첫 승소 이후로도 블리자드는 비인가 불법 프로그램의 근절을 위해 현재까지도 노력하고 있죠.

블리자드는 온라인 게임 위주의 대작들을 주요 라인업으로 갖추고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만큼 핵 등의 불법 프로그램의 도전을 수도 없이 받아왔는데요. 스스로 개발한 게임에 대한 권리이니만큼 당연히 승소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패소하기도 하고 핵 제작자로부터 역 고소를 당하는 등 고비도 많았습니다.

[게.이.머] 블리자드VS.핵, 엎치락뒤치락 고소 전쟁②

◆'핵과의 전쟁' 승리 이후 블리자드는

2008년 7월. 애리조나 연방법원이 블리자드의 승소를 판결하며 600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 판결을 선고한 뒤, 봇 프로그램 'MMO Glider'의 개발사 MDY가 항소했지만 2009년 1월말 내려진 2차 판결에서도 블리자드가 승소하며 블리자드와 핵과의 1차 대전은 막을 내렸습니다.

블리자드는 이 일 이후 이용자 약관을 몇 차례 변경하는 등 또 다시 발발할지도 모르는 봇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대비하기도 했는데요.

이용자 약관 변경 내용은 블리자드가 1차 공판에서 곤혹을 치렀던 부분인 개인정보 취급 관련 조항과 법규정과 정부의 요구가 있는 경우 게임 내 대화 텍스트 등을 공개하는데 동의하도록 하는 등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는데요. 약관의 해석에 따라 불공정 조항으로도 느껴질 여지가 있는데다 다소 광범위한 부분을 한꺼번에 고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간 지속된 지적과 반발에도 블리자드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듯 꿈쩍하지 않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또 한 번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블리자드, 전쟁이 아닌 소탕전 나서다

MDY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블리자드는 다음해 2010년이 되자마자 당시 점차 그 수가 늘며 문제화되고 있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불법 사설 서버를 고소합니다.

블리자드는 저작권, 상표권, 지적재산권 침해로 소를 제기했는데요. '앨리슨 리브스'라는 사설 서버 운영 업체인 피고 스케이프게이밍은 'WOW'의 불법 사설 서버를 운영하며 부분 유료화 모델까지 적용해 사설 서버 이용자들로부터 수익을 챙겼습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305만 달러(한화 약 35억5000만 원)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데요. 소송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 법원은 2010년 8월 블리자드의 승소를 판결했습니다.

소송에 패소한 스케이프게이밍은 8859만 달러(약 1030억 원)라는 거액을 블리자드에 지불하라는 법정 명령을 받았는데요. 원고가 전체 피해금액을 산출하기 힘든 저작권, 상표권 등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소송의 경우, 법정 손해배상금의 액수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해 벌어들인 금액에 일정 수치를 곱해 계산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배상액이 나오게 됩니다.

이 금액에는 스케이프게이밍이 사설 서버 운영으로 거둬들인 수익 305만 달러(약 35억 원)와 법정 손해배상금인 8859만 달러(약 1030억 원), 그리고 변호사 비용 6만3600 달러(약 7396만 원)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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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승소 직후 블리자드는 '사설 서버 회사가 블리자드에게 8800만 달러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북미 'WOW'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WOW'의 사설 서버 수가 확 줄어드는 효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War, War Never Change Us…끝나지 않는 전쟁

불법 사설 서버들에게 제대로 본보기를 보인 블리자드는 다시 전쟁의 시발점인 불법 비인가 프로그램에 대한 대처를 바로 이어갔는데요. 이전 사설 서버와의 소송에서 승소한지 2달 만에 다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에서 광범위한 제재와 고소를 집행합니다.

블리자드는 2010년 10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지방 법원에 '스타2'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해 유포한 주모자 3명을 고소했는데요. 피고들은 배틀넷 사용조건,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피소 당했습니다.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크래프트2를 위해 새로운 불법 프로그램을 공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을 만큼 대담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다양한 핵과 치트를 배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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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는 핵이 공공연히 유출된 탓에 '스타2'의 가치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핵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게임의 흥미를 잃었고 이로 인해 자사도 크게 손해를 봤다는 것이죠.

소송에 앞서 블리자드는 이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계정 5000개에 대해 배틀넷 계정의 영구 정지 및 일시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는데요.

이후 이에 사용된 핵을 개발한 Permaphrost, Cranix, Linuxawesome라는 닉네임을 쓰는 세 명의 유포자를 고소한 것입니다. 고소접수장에는 저작권 침해와 핵 배포로 다른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를 용이하게 했다는 사유를 제시했는데요. 블리자드는 피해보상과 핵을 팔아 얻은 수익의 일부를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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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피고 중 2명은 캐나다인이었고, 다른 한 명은 페루인 이었는데요. 이들이 모두 해외에서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송은 미국의 LA 지방 법정에 접수됐습니다.

◆계속되는 저작권 보호 노력

2013년에도 블리자드의 저작권 소송은 이어졌습니다. 2013년 10월 21일, 블리자드는 'WOW'의 봇 프로그램 제작자에게 700만 달러(한화 약 81억3400만 원)의 소송에서 캘리포니아 연방 법정이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는데요. 2011년 12월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소송을 승리로 이끈 것이죠.

블리자드는 'WOW' 봇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에게 배포한 실링팬소프트웨어'(Ceiling Fan Software)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는데요. 실링팬소프트웨어는 '포켓노움'(Pocket Gnome)과 '섀도우봇'(Shadow Bot) 프로그램을 개발한 업체로 'WOW'의 약관 위반과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했습니다.

실링팬소프트웨어는 2013년 초 해당 봇 프로그램을 통해 약 28만9000달러(한화 약 3억3581만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봇 프로그램을 사용한 1400명 가량의 'WOW' 이용자가 블리자드로부터 불법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실링팬소프트웨어 측은 패소 직후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고 홈페이지에서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기부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별 다른 진척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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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 제작자의 반격, 적반하장?

이렇게 블리자드는 저작권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행동을 진행하던 중 역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블리자드가 봇 프로그램 제작사에게 소송을 제기했다가 소송 과정에서 소스 코드를 무단 획득했단 이유로 역 고소를 당한 것인데요.

2015년 11월 11일 블리자드는 'WOW', '디아블로3', '히어로즈' 등 자사 게임의 봇 프로그램을 제작 및 판매해온 독일 개발사 보스랜드를 고소했습니다. 이들의 봇 프로그램 때문에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박탈감을 느끼고 게임 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유였습니다.

그런데 이로부터 일주일만인 19일. 보스랜드가 되려 블리자드에 맞 소송을 걸었습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떠오르지만 나름의 논리는 있었죠.

보스랜드는 블리자드가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스랜드 외주작업을 맡았던 개발자 제임스 엔라이트와 접촉해 봇 프로그램에 사용된 모든 소스 코드를 무단으로 넘겨받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보스랜드는 외주 개발자 제임스 엔라이트가 자사 프로그램에 어떠한 권리도 없으며 이를 블리자드에 넘긴 것은 중대한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타사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변형된 방식으로 플레이 하도록 만든 '봇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만든 제작사의 저작권은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 보스랜드의 주장인 것이죠.

블리자드가 여러 차례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 비인가 프로그램 제작사와 소송을 진행하고 또 사설 서버와의 소승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봇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제작사에게 역 고소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요.

이에 대해 블리자드는 "보스랜드의 모든 사업은 게임 내 부정행위에 기반하고 있고, 그들의 프로그램은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이것이 보스랜드를 용인할 수 없는 이유"라며 "법정에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할 것이며, 나아가 이러한 비인가 프로그램의 개발과 확산을 저지할 것"이라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당 소송은 현재까지 독일 법정에서 재판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봇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인정되느냐에 따라 '리그오브레전드'의 '헬퍼' 등 다른 게임의 핵이나 봇 프로그램에 대한 처분 및 소송 추이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저작권을 지키기 위한 블리자드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인데요. 블리자드의 소송 결과에 많은 이용자들과 게임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려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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