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회는 최근 시민단체 스톱 킬링 게임즈(Stop Killing Games)가 주도한 유럽시민발의(ECI) '비디오 게임 파괴 반대(Stop Destroying Videogames)'를 주제로 본회의 토론을 열고, 게임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이용자가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시민발의는 130만 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며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의 안나 카바치니(Anna Cavazzini) 의원은 "퍼블리셔가 원격으로 게임을 종료해 다시는 플레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단순한 지원 종료가 아니라 게임을 죽이는 행위"라며 "비디오 게임에도 '계획적 구식화(Planned obsolescence)'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게임의 서비스 종료가 단순한 상품 문제를 넘어 문화 보존의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좌파연합의 레일라 샤이비(Leila Chaibi) 의원은 "구매한 영화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갑자기 재생되지 않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콘코드(Concord)'를 포함한 수많은 게임들이 그렇게 사라졌다. 창작자들의 수년간의 작업물이 연기처럼 삭제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고전 게임 사례를 통해 산업의 변화를 촉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녹색당-유럽자유동맹의 레이니어 판 란스호트(Reinier van Lanschot) 의원은 "30년 전 게임보이는 지금도 배터리만 넣으면 실행되지만 오늘날 많은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 종료와 함께 완전히 사라진다"라며 "게임 산업 역시 진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강화가 중소 개발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럽인민당-기독교민주당의 예르겐 바르보른(Jörgen Warborn) 의원은 "게임을 무기한 운영하도록 강제하거나 서버 코드를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소규모 스튜디오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이에 "대형 개발사 'CD 프로젝트 레드(CDPR)'처럼 커뮤니티 신뢰를 위해 이 운동을 지지하는 기업들을 어떻게 보느냐"는 동료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자, 바르보른 의원은 "모든 퍼블리셔는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므로 EU의 '중소기업 우선 고려(Think Small)' 원칙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고려한 정교한 규제 밸런스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관련 논의에 공식 대응을 예고했다. 토론 마무리에 나선 아포스톨로스 치치코스타스(Apostolos Tzitzikostas) EU 집행위원은 "유럽 소비자들은 자신이 비용을 지불한 디지털 서비스를 합리적인 기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라며 "올여름 전 공식 입법 방향을 담은 답변을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