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과 같은 논조를 가질 수 없는 진보매체들이니 대놓고 반대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지금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진보매체 중 일부는 보수언론과 유사한 톤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썼었다. 과거야 어쨌든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게임산업에 대해 잘 이해했으면 하는 기대가 생긴다.
모래알처럼 뭉치지도 않았던 게임업계에도 구심이 생겼다.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전보다 빠른 대응책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에 넉다운 돼 눈치만 보던 과거와는 다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게임과 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과연 게임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겠다는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서면 안 된다’는 내부의 인식이 보수언론 덕분에 만들어졌다. 걸핏하면 동네북 신세로 끌려 다니고 마녀사냥을 당해도 아무 말 못했던 게임업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분노를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의 지원을 받아들인 보수언론의 노림수가 게임산업 길들이기든, 보수가치의 재확립이든, 선거의 해 기득권 보전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힘을 갖추지 못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산업은 언제든 오해와 그로 인한 규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게임산업은 지난 10여년 동안 덩치만 키우는데 집중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부자는 됐을지언정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임을 알리는 것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업계는 대정부 라인을 강화하고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며 게임산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이게 그 보수언론이 일방적인 왜곡보도 덕이 아니겠는가.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난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