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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AI 갈고 닦은 엔씨-크래프톤, 정부 'AI 정예팀' 첫 관문 넘어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페이지).
게임 AI 개발에 투자해 온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정부의 차세대 인공지능 개발 사업에서 상용화 기반의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두 회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AI 정예연구개발지원센터(이하 AI 정예팀)' 구축 사업자 선정의 첫 단계인 서면평가를 통과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독자 인공지능 기초 모형(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공모에 접수된 15개 정예팀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해 이 중 10개 팀을 발표평가 대상으로 압축했다. 이번에 선정된 정예팀은 ▲엔씨 AI(엔씨소프트), ▲SK텔레콤(크래프톤 참여), ▲카카오, ▲네이버클라우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업스테이지,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KT, ▲코난테크놀로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실력 있는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향후 10개 정예팀을 대상으로 발표평가를 거쳐 최종 5개 팀을 선정하고, 8월 초까지 협약 체결을 완료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의 AI 기술은 이미 자사 게임에 실제 적용되며 상용화 경험을 축적한 실용적인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연구 개발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이용자 경험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공=엔씨 AI).
(제공=엔씨 AI).
엔씨소프트는 AI 센터와 자연어처리(NLP), 비전AI, 게임 시뮬레이션 등 분야별 조직을 운영하며 다년간 자체 AI 엔진과 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에는 멀티모달 AI 모델 '바르코-비전 2.0(VARCO-VISION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학계와 산업계의 공동 활용을 유도하는 등 폭 넓은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바르코-비전 2.0은 텍스트와 음성, 이미지 등 다양한 입력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모델로, 게임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갖췄다.

바르코 비전 2.0은 ▲14B, ▲1.7B, ▲1.7B OCR, ▲비디오 임베딩 등 총 4종의 모델로 나뉜다. NC AI에 따르면 14B 모델은 글로벌 공개 모델 중 최고 성능을 기록한 InternVL3-14B, 알리바바의 Ovis2-16B, Qwen2.5-VL 7B 등을 능가하는 성과를 벤치마크에서 입증했다. 또한 1.7B 모델은 스마트폰과 PC 등에서도 구동 가능한 온디바이스 AI로 설계돼, 경량화와 범용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와 함께 엔씨는 '바르코'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에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데이터로 훈련된 인공지능 모델, 이른바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기술은 게임 내 상호작용 자동화, 캐릭터 반응 생성, 콘텐츠 운영 효율화 등 다양한 게임 개발·서비스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제공=크래프톤).
(제공=크래프톤).

크래프톤은 SK텔레콤이 주관하는 컨소시엄의 참여 기업으로 이번 AI 정예팀 사업에 함께 참여한다. 양사는 추론 특화 언어 모델 개발을 위해 기술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학습 기법 개선을, SK텔레콤은 데이터 검증 및 인프라 구축을 맡아 모델 품질 향상에 나설 예정이다.

28일에는 양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7B(7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추론 특화 언어 모델 3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수학 문제 해결과 코드 작성에 특화된 소형 언어 모델로, 크래프톤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오답 복기 학습 기법'을 적용해 수학 추론 벤치마크 AIME 25에서 성능 향상을 입증했다. 오답 복기 학습은 틀린 문제의 정답과 오답을 비교하며 학습하는 방식으로, 논리 추론과 학습 효율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다.

크래프톤은 이처럼 LLM 기반 AI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게임 현장에 실제로 적용되는 실용 AI 시스템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Contextual Player Companion(CPC)'가 꼽힌다. CPC는 플레이어의 실시간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조언, 무기 추천, 전략 제안 등을 제공하는 인게임 AI 비서 기능으로, 자사 차세대 플레이어 경험 플랫폼인 '인조이(inJOY)',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등에서 시험 적용되고 있다. 자연어 기반 질문 응답 기능과 문맥 인식 피드백 시스템을 바탕으로, 게임 학습 곡선을 낮추고 몰입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 모두 단순한 기능 보조 수준을 넘어, AI 기술을 게임 제작 프로세스 혁신과 서비스 운영 고도화에 투자해 왔다. AI 정예팀 사업 참여는 내부 기술 축적을 넘어 산학 협력과 생태계 확장을 목표로 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되며, 게임의 재미를 위해 개발된 AI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사업은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한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목표로 진행된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정책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외부 기술 의존도를 줄이고 자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소버린 AI(자주적 인공지능)'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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