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멧세에서 개막한 도쿄게임쇼(TGS) 2026은 일본 540개사, 해외 598개사 등 총 1138개사가 참가해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전시 부스는 3999개로 역대 최대였던 전년 기록마저 갈아치웠다. 단순히 숫자만 커진 게 아닌 변화도 전시장 구성에서 목격됐다.
올해 전시장은 게임 타이틀을 보여주는 공간 못지않게, 게임을 즐기고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됐다. PC, 게이밍 노트북, 휴대용 게임 PC(UMPC), 모니터, 저장장치, 개인 방송 장비까지 TGS가 게임쇼를 넘어 게임 생태계를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서브컬처 캐릭터로 커스터마이징한 데스크톱 케이스. PC에 게임패드를 연결해 마치 콘솔 게임기처럼 체험 환경을 꾸린 것도 일본 시장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일본 게임 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콘솔 중심 시장으로 분류됐지만, PC 게임 부문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2024년 기준 일본 PC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6.2% 증가한 2400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모바일(5.2% 증가)을 포함한 전체 플랫폼 가운데 가장 강한 성장세다. TGS 현장에 하드웨어 업체 참여가 더욱 늘어난 것은 이런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휴대용 게임 PC(UMPC)는 지난해 실험적인 전시를 넘어 폭 넓은 전시 공간을 할애하면서 주류 상품으로 떠올랐다.
올해 TGS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군 중 하나는 단연 UMPC였다. 에이수스 ROG 엘라이 X를 비롯한 휴대용 게임 PC 체험 공간이 여러 홀에 걸쳐 마련됐고, 단순한 핸드헬드 기기를 넘어 모니터·키보드·마우스와 연결해 데스크톱처럼 활용하는 독(Dock) 연결 환경도 강조됐다. 주거 공간이 비교적 좁은 일본의 특성을 반영해 설치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한 구성으로 풀이된다.
현장에 마련된 에이수스 부스는 고성능 게이밍 브랜드 ROG의 창립 20주년을 맞아 게이밍 노트북, 모니터, 그래픽카드, 메인보드부터 UMPC 관련 액세서리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내세웠다. 커스텀 PC와 고성능 수냉 냉각 시스템을 조합한 전시물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고, 서브컬처 캐릭터를 활용한 PC 케이스 디자인도 다수 등장했다. 성능 경쟁이 아닌 '감성 경쟁'이 하드웨어 시장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모습이었다.
버추얼 유튜버 방송을 위한 세팅. 3D 아바타를 트래킹하기 위한 웹캠이 전면에 강조되어 눈길을 끈다.
개인 방송 환경을 재현한 부스도 전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방송용 책상과 의자, 모니터, 마이크, 캡처 장비를 조합해 실제 스트리밍 셋업을 구현한 공간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버추얼 유튜버(버튜버·VTuber)를 겨냥한 장비 구성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버추얼 유튜버(버튜버, VTuber) 시장의 발원지인 일본에서 단순한 서브컬처를 넘어 하드웨어 수요를 이끄는 주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 받는다. 이는 미러리스 카메라 기반의 일반 스트리밍 환경과는 결이 다른, 버튜버 방송에 특화된 구성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하드웨어와 게임 콘텐츠의 결합 방식도 진화했다. 엔씨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갤럭시 S26에서 체험하는 '플레이 갤럭시' 공간을 마련했다. 해당 부스는 대기시간이 60분을 넘길 만큼 관람객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아스오라)' 체험 공간 '플레이갤럭시'. 삼성과 협력해 갤럭시 S26으로 TGS 체험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MSI 부스에 전시된 최신 지포스 RTX 50 시리즈 노트북에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글로벌 론칭을 앞둔 '아이온2'가 사용됐다.
오는 10월5일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출시를 앞둔 '아이온2'는 아예 게임 부스가 아닌 하드웨어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레노버·벤큐·에이수스·소프맵·MSI·CFD 등 6개 부스가 지포스 RTX 50 시리즈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아이온2를 활용했다. 게임이 하드웨어 스펙의 살아 있는 증명이 된 것이다. 저장장치 분야에서는 Xbox와 호환되는 SSD 등 콘솔 이용자를 겨냥한 확장 제품도 전시됐다.
게임쇼에서 게임 생태계를 아우르는 게임쇼로 진화한 모습은 갈라파고스라 불리며 콘솔 게임을 조명하는 데 그쳤던 과거의 TGS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PC와 콘솔, UMPC, 스마트폰, 방송 장비, 저장장치까지 게임넘어 게임 문화를 즐기는 데 필요한 환경 전반을 하나의 공간 안에 구현한 TGS 2026은 30년 만에 '콘솔왕국'이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벗은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