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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바다이야기'의 망령

[[img1 ]]지금 20~30대 청년들은 어린 시절 '부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을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부루마블은 주사위를 굴려 도착한 나라의 도시에 빌딩이나 호텔을 건설하고 같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그 도시에 도착하면 머무는 댓가로 돈을 지불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부루마블'은 지금도 어린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일깨워주는 좋은 게임으로 알려져있고, 예전부터 무척이나 인기를 끌었다. 유아기 자녀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커뮤니티에서는 아직도 경제공부, 수학공부를 시킬 수 있는 보드게임으로 추천받고 있다.

이 부루마블이 온라인게임으로 등장하면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다. 오는 29일 이용자들에게 공개되는 CJ E&M 게임부문의 온라인게임 '모두의마블'이 바로 청소년 이용불가를 받은 것이다.

안타깝다. 보드게임은 좋다고 추천받는 것과 달리 온라인게임으로 등장하자 청소년들이 즐기면 안되는 게임으로 바뀌어 버렸다. '부루마블'을 한다고 크게 혼났던 기억이 없는 데도 지금 청소년들은 '모두의마블'을 즐기면 연령등급을 지키지 않았다고 혼내고 교육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사행성 모사 게임이여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직 게임이 공개되지 않아 어떤 콘텐츠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는 확인할 길은 없다. 짧은 소견이지만 먼저 도착한 도시에 게임머니를 투자해 건물을 짓고, 거기에 도착한 다른 이용자들의 게임머니를 획득하는 우연적 요소에 의한 게임방식이 문제됐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온라인게임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사행성에 유독 강한 규제의 칼날을 받아야 했다. 조금만 사행적인 요소가 있어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도 "사행성 요소는 더욱 심하게 제재하는 경향이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게이머의 노력이 아닌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서 승부가 결정되는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피하지 못한다. 지금도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바다이야기'의 망령 때문이다.

'부루마블'처럼 우연에 의해 게임이 진행되는 여러 사례에서도 청소년들이 즐기기에 적합한 게임들은 많다. 사행성이라는 요소는 분명 게임물 등급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고려돼야하지만 사회 통념상 충분히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게임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고스톱-포커와 같이 사회적으로 '도박'이라고 불리는 온라인게임이 아니라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데일리게임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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