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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게임중독 세계최초 증명? '14년전 사장된 연구'

[이슈] 게임중독 세계최초 증명? '14년전 사장된 연구'
인터넷 게임 중독이 '뇌파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초로 밝혔다는 국내 연구팀의 주장이 14년전 일본에서 사장된 연구와 유사하며 연구 근거의 신빙성도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정석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지난 16일 인터넷 게임 중독이 '뇌파 기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의학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정석 교수는 서울 의대 부교수를 겸임 중으로 현재 4대 중독 센터의 장을 맡고 있다.

연구진은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 알코올 중독 환자, 일반인으로 나눠 뇌파의 특징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게임 중독 환자는 알코올 중독 환자나 일반인과 다르게 '베타파'가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집중력과 연관된 뇌파 신호인 베타파가 줄어들면 주의력 감퇴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지난 2002년 일본의 모리 아키오가 주장한 '게임뇌의 공포'와 동일하다. 일본의 모리 아키오 교수는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서 게임을 즐길 때 사람의 뇌파가 치매 상태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하고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 기능을 저하시키는 현상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주장은 현재 일본에서 학설로 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오사카 대학 명예 교수인 츠모토 타카지 교수는 학회지를 통해 '게임뇌의 공포' 같은 책들이 신경학에 대한 신뢰를 해치게 된다며 아키오 교수의 주장을 비판했으며 영국 과학 매거진 'New Scientist'도 "실험이나 해석의 상세한 방법 공표돼 있지 않아 결과의 타당성이 의심된다.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그것이 두뇌에 피해를 입힌다고 볼 이유가 없다"며 게임 뇌 이론을 근본부터 부정했다.

이후 '게임뇌' 이론은 14년 동안 일본을 포함한 여러에서 반론 연구가 나온데다가 근거 불확실로 이미 여러해 전에 묻힌 주장이다.

최 교수의 연구팀은 이와 동일한 근거의 연구를 가져와 세계최초라고 발표한 셈이다. 또한 중독 센터에서 공개한 실험계획서에 의하면 게임중독군의 근거가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이하 DSM-5)로 명시돼 있는 점도 연구 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DSM-5'은 미국정신의학회가 2013년 출간한 'DSM'의 다섯 번째 개정판으로 해당 연구가 포함된 섹션3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연구 대상들을 실어놓은 부분이다. 이 섹션은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사안'으로 현재 정신질환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충분한 연구가 필요한 것을 정리한 부분이다. 연구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중독의 의학적 근거를 만들어내 게임질병 코드 지정에 힘을 실어 주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중독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체계 확립에는 동의하지만 제대로 된 과학적·의학적·통계적 근거 없이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최 교수의 연구팀이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비용 지원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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