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는 전통적인 JRPG의 턴제 전투에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는 액션 RPG의 패링 시스템을 접목해 차별화에 성공한 작품이다. 신선한 전투 방식과 독창적인 연출로 JRPG 팬들에게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가장 장르적 특징을 잘 반영한 게임으로 꼽힌다. 고난이도 전투, 탐험 중심의 진행, 기괴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얻었으며, 프롬소프트웨어 작품을 제외하면 이 정도 성취를 거둔 사례는 드물다는 평가다.

두 게임의 공통점은 장르를 재해석해 현대적인 게임성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의 시대적 배경을 20세기 프랑스 양식을 뜻하는 벨에포크로 선택한 점도 닮았다. 이번 대담이 성사된 것도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닮은 꼴 게임이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개발자는 먼저 벨에포크 시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기욤 브로슈는 벨 에포크 시대를 "희망과 생기가 넘치지만 어두운 면도 공존하는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예술적이고 색채가 풍부한 시대에 판타지 요소를 섞으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우리 기억 속에는 당시가 거의 판타지나 다름없었다. 완전한 현실은 아니지만 다른 세계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최지원 디렉터는 같은 시대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시대 배경이나 문화를 찾는 데 노력했다"며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시대였고 우리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벨 에포크 시대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해석은 기괴하고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서사 철학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기욤 브로슈는 개인 중심의 미시적 경험을 강조하며 인간 이야기와 감정 몰입에 집중했다. 반면 최지원 디렉터는 인간 본성과 정체성, 선택의 문제를 던지며 플레이어가 고민과 여운을 느끼도록 설계했다. 그는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스스로 답을 찾고, 질문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