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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잡주가 된 게임주

‘소문에 사고, 소문에 팔아라.’

주식 하는 사람들에게 금언(金言)과도 같은 말이다. 그래서 주식과 관련된 각종 찌라시가 고급정보가 되고 돈을 주고 사고 팔기도 한다.

“어디 좋은 소식 들은 거 있으세요?”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왕왕 듣는 말이다. 기자는 주식을 안 함에도 남보다 혹시 먼저 접한 정보가 있는지 묻는 말일 것이다. 기자윤리강령에도 금지된 일인데도 묻는데 거리낌이 없다.

본지는 매주 주가의 흐름을 알아보는 고정물을 출고하지만, 그 과정은 결론을 놓고 원인을 분석하는 역추적이다. 그러다 보면 신작 출시 후 매출이 올라 주가도 더불어 뛰어야 하는데 오히려 하향곡선을 그리는 업체가 있다. 실적이 좋은 등 호재가 있으면 주가가 올라야 하는데 그 반대로 움직인다. 머리를 싸매봐도 이유를 모를 경우는 언급한 ‘소문에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가’로 판단한다.

최근 네오위즈가 게임온을 인수할 것이란 내부정보로 부당이익을 얻은 전 직원이 일본 증권거래감시위원회에 적발돼 과징금 내는 일이 발생했다. 몇 년 전에는 모 회사 임원이 상장을 앞둔 벤처에 거액을 투자한 일로 퇴사한 일도 있다. 모두 내부정보를 다룸에 있어 그 태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게임업계는 젊고 대박이 터지고 청년재벌이 탄생하는 활화산 같은 곳이다. 주요 회사의 대표들은 학연 등으로 엮여있다. 초기에는 먼저 성공한 사람이 지인들에게 엔젤 투자하는 방식으로 서로 도왔다. 넥슨 김정주 창업자가 NHN 주요 주주 중 한 사람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흔히 있는 일이었고 날릴 위험도 큰 투자였을 것이다.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초기 투자는 막대한 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코스닥 러시가 이어지고 더 젊은 청년재벌들이 생기면서 게임업계에는 앞선 사례처럼 내부정보를 묻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회사는 사업이 어려워 구조조정 중인데도 정작 창업자는 투자금의 몇 배를 버는, 상식과 맞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보니 위 아래 할 거 없이 다들 정보에 목을 맨다.

이직이 잦다 보니 전 직장의 정보가 자유롭게 이전되고 그 과정서 뜻 밖의 피해가 생기기도 한다. 아무리 기대감이 움직이는 주가라지만 신작 출시와 동시에 대량의 매도물량이 쏟아지는 경우를 보노라면 과연 정상이라 말할 수 있는가. 여기 게임판에도 주가를 움직이는 투기성 자본들이 이미 침투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회사의 주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회사뿐 아니라 이웃 회사의 주요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이 게임업계다. 그래서 출시도 되지 않은 게임의 흥행여부를 내부정보를 통해 미리 알 수 있고,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씁쓸한 현상이 생기고 있다.

두루 친하고 정보를 공유한다고 잘못이라 할 수 없다. 다만 그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개인의 부와 연결 짓는 사례가 자꾸 발생한다면 정상적인 업계라 말 할 수 없다. ‘친한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것이 문제인가’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위험이고 그 혜택이 바로 특혜로 이어진다는 점 명심하자.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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