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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엔씨재단 "안 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스페셜올림픽 기간에 진행한 유아선수 프로그램. 지적자폐성 유아들이 사회성과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스페셜올림픽 기간에 진행한 유아선수 프로그램. 지적자폐성 유아들이 사회성과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불우이웃돕기, 연탄 나르기, 헌혈, 재능 기부…….

연말이면 게임업체들이 알려오는 사회공헌활동 종류다. 나날이 성장한 게임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게임업체 스스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려는 의지는 자연스럽게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하지만 뚜렷한 목적과 체계를 갖춰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기 보다는, TV 등에서 봄직한 이것저것을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벌인 것도 사실이다. 홍보실과 같은 지원부서 산하에 사회공헌 책임자를 두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고 인력이나 예산부족이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공헌활동이 겨울과 같은 특정 시기에 사업이 몰리다가 관심이 식을 때쯤 사업 역시 줄어들고, 그 내용도 별반 차이가 없이 진행되는 것은 비단 게임업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사장 윤송이)은 무언가 특별하다. 설립 1여 년 동안 '지적·자폐성 장애'에 집중했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을 보조하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7세 이하의 아이들과 중증장애인을 지원하고 있다.

게임회사라는 특색을 살려 의사소통을 대신할 수 있는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프로그램인 'My first AAC'를 개발해 무료 보급 중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이들에게 인간이라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인 자기표현과 의사소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지적 장애아동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지적 장애아동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밝힌 지적·자폐성 장애인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순 명료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재단 측 관계자는 이번 스페셜올림픽에 전국에서 2000여 명의 지적 장애인이 참가했다고 했다. 이들은 분명 우리 주변에 있지만, 차가운 시선과 냉대로 인해 숨어 있다. 비정상이란 이유로 부모들조차 공개를 꺼린다.

정신적 장애는 육체적 장애와 다르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신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이들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 우선주차구역, 모든 공공시설에 점자 안내표시, 음성지원 시스템 등 신체 장애인을 위한 사회보호망은 그나마 갖춰져 있다.

그래서 신체 장애는 극복해야 할 '핸디캡'(handicap)으로 여기고 이를 이겨낸 사람들은 사회적 주목을 받기도 한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베토벤부터, 의족이지만 일반인과 평등하게 달리기 시합에 임하는 선수까지, 불굴의 정신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사람들은 관심을 넘어 감동까지 선사한다.

그렇지만 정신적 장애는 이러한 '정신력' 자체가 없다. 같은 장애이지만 극복을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없는 셈이다. 더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던지기, 줍기, 잡기, 때리기 등 일반인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도 이들에게는 교육이고 훈련이다.
던지기, 줍기, 잡기, 때리기 등 일반인이라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도 이들에게는 교육이고 훈련이다.

숨겨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사회적 관심 속으로 끌어내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만 고통을 겪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공감대를 심어주는 것 만으로 지적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들 가족에게는 큰 힘이 된다.

실제 엔씨소프트문화재단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은 금새 서로 친해지고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마음껏 뛰어 놀고 웃었다. 상처에 대한 공감, 그 상처를 함께 한다는 믿음이야말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에서 6세 아이를 데리고 온 한 부모는 "아이들끼리 잘 어울려 놀 수 있는 걸 보고 무척 기뻤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부모들과 많은 얘기를 하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런 행사가 1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속되길 희망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묵묵히 이들을 지켜보고 도울 것이다. 단순 단어를 의사소통 지금의 'My First AAC'를 내년쯤 문장으로 구현할 수 있게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갈 것이다.

'우리 곁에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외면하지 않는 것',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이 특별한 이유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스페셜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7세 이하 유아와 중증 장애인을 후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마친 이들에게는 선수들과 같이 이러한 메달이 주어진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스페셜올림픽에 나갈 수 없는 7세 이하 유아와 중증 장애인을 후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마친 이들에게는 선수들과 같이 이러한 메달이 주어진다.



[횡성=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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