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나라'와 '리니지'를 만든 송재경 대표의 이름값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가 최근 MMORPG를 만든다는 소식 만으로도 업계의 쏠릴 정도로 그의 맨파워는 대단하다. 이와 달리 김태곤 이사는 크게 대박난 대작 게임은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손대는 게임 중 실패한 게임은 없다.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익숙하지만 독특한 게임을 추구하는 김 이사는 '돈을 벌 줄 아는 개발자'라는 평가 덕분에 투자 가치가 더 높다고 한다. 이러한 세간의 인식을 김 이사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게임 개발자 김태곤을 만나 보았다.
◆ 개발의 원동력, 오랜 기간 같이 한 동료들
- 어떻게 지냈나? 여전히 바쁜가?
▶예전보다는 좀 여유가 생겼다. 시스템적으로 돌아가는 부분도 있어 초반보다는 좀 나아졌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처럼 쉬는 기간을 가졌다.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있고 해서 팀원들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9일 일정으로 '아틀란티카'에 등장하는 로마와 이태리, 스위스 등을 돌아봤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에 대한 기대 등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회사에서 편의를 봐줘 많은 동료들이 함께 떠날 수 있었다.
- 어떤 곳이 가장 인상에 남았나?
▶사람이 만난 유적은 몇 번 보면 질리지만 자연이 만든 경관은 질리지 않더라. 스위스의 자연경관이 가장 좋았다.
- 동료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 가족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다(웃음)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이 호흡한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늘 설레고 기쁘다. 젊고 패기 있는 그들과 함께라면 비를 맞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참 최근에는 뮤지컬도 '맘마미아'도 함께 봤다. 게임을 만드는 일이 창의적인 일이다 보니 여행과 문화공연 관람 등 창의적인 일을 통해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게임회사도 일반회사처럼 관리만 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 동료애가 각별한 것 같다.
◆ 개발자로서의 삶
- 모 창투사 대표가 송재경 대표와 김이사를 이름값만으로 거액을 투자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런 평가를 해주니 영광이다.
- 그 이유로 실패한 게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내세웠다. 실패를 하지 않는 비결이 뭔가?
▶무모한 도전을 하기 보다는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한다. 그러면서 차별점을 찾는다. 지금까지 게임들은 색다른 요소들이 있지만 검증받는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부분들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을 없었다. 이런 부분들이 잘 어필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것이 앞으로의 도전 과제다. '아틀란티카'도 최우수상만 받지 않았나. 대상을 한 번 노려보고 싶다.(웃음) 일단 과거의 장점들을 십분 활용해 더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겠다. 예전에는 투자나 인적자원에 있어 불리한 점이 있었어도 현재는 충분히 가능하다. 누가봐도 '좋은 게임이다'고 평가해 주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
- 개발을 할 때 항상 엄두해 두는 키워드 같은 것이 있나?
크게 두 가지다. 시장에 나와있는 게임들과 차별화 된 게임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 그 첫번째다. 여기서 고민은 시작된다. 시행착오를 통해 다른 점을 찾기 위해 애쓴다. 두 번째는 위에서도 말한 오랫동안 생사고락을 같이 한 동료들이다. 게임을 같이 만들면서 팀웍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대규모 업데이트는 10월 경
- 200명이 참가하는 전쟁 등 대규모 업데이트가 지연이 되고 있다.
▶여름 시장을 생각했는데 정말 중요한 업데이트이기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늦어졌다. 다음달이나 늦어도 말 경에는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참고할 만한 모델이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 요즘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대규모 콘텐츠를 별도 서비스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업체들이 종종 보인다. 그런 의도도 있나?
▶그런 것은 아니다. 1년간 개발해 온 하우징과 대규모 전투라 상당히 규모가 크다. 충분히 검증을 거친 다음에 오픈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상시 운영되는 테스트 서버만으로는 이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충분히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서 별도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지만 매달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는 것 같다.
▶매달 용병과 던전, 퀘스트와 아이템 등을 추가하고 있다. MMORPG의 콘텐츠는 게이머가 입맛대로 고를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해야 하는 뷔페와 같다고 생각한다. 콘텐츠가 모자라 게이머가 떠나는 게임은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 '아틀란티카'는 턴제인데 200명이 참가하는 공성전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나?
▶그렇지 않다. 기다려야 하는 최대의 시간은 30초다. 턴이 넘어오면 바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해 쓸데없이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는 이 밸런스와 전략적인 부분들을 테스트 하고 있는데, 향후 업데이트 되면 좀 더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차기작은 부담없는 MMORPG, 웹게임과 MMORPG의 중간단계
- '아틀란티카'가 8개국에 진출했다. 국가별 이용자의 차이나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츠가 있나?
▶어떤 국가들이든 그곳 게이머들이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주체들도 자국 게이머들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구사항이 많지만 그 나라에서만 적용되는 콘텐츠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하나의 국가에서만 소비하기 위해 별도 개발을 하는 것은 자원 낭비다. 특정 나라가 좋아하는 콘텐츠도 전체가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서두에 차기작을 언급했는데?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있다. 시안 정도 나왔다고 하면 될 거다. 업데이트가 끝나고 나면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고 싶다.
-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나?
▶패키지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최근 MMORPG가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액션성도 많이 강조된 게임들이 있어 따라가기도 힘들다. 학습할 것도 많고 과도한 커뮤니티를 요구하기도 한다. 텔레비전 리모콘에 버튼이 100개 정도 달리는 양상과 비슷하다고 할까? 부담없이 즐길 수 없는 게임은 없을까 고민하고 있다. 패키지 게임 만들었던 정도의 수준으로 복잡성을 단순해 보고 싶다.
- 파티 중심의 MMORPG 커뮤니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인가?
▶길드와 커뮤니티가 중요한 요소지만 요즘 게임들은 이를 꼭 만들라고 강요한다. 정상적인 직장인이 하루 3시간 이상 게임하기도 힘든데, 이런 것들에 치중하기 위해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파티를 하고 쉴새없이 사냥만 하고, 꼬박꼬박 길드에 출석 체크해야만 하는 상황이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혼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차기작에서는 고민하고 있다.
- 얘기를 듣다보니 웹게임이 떠오른다. 유사한가?
▶그 중간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쌀밥을 한 숟가락 먹어야 밥을 먹었다는 느낌처럼 캐릭터가 필드에 돌아다니고 다른 게이머가 보이고 해야 MMORPG처럼 느껴진다. 그런면에서 웹게임은 문화적인 차이가 크다. 기존 게임에서 익숙한 게이머들이 한번에 웹게임으로 가기에는 거부감이 있다. 그 중간적인 게임을 만들어볼까 한다.
- 최근 업계를 바라보며 드는 걱정 같은 것이 있나?
▶최근에는 우려하는 것은 유행의 변화다. 게임 장르마다 인기 흐름이 있는데, 그 싸이클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럼에도 많은 업체들이 나름 시장을 예측해서 특정 장르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시장 예측 자체가 어렵기에 이런 개발 방식은 위험이 많이 따른다. 유행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기획의도를 살려나가도록 개발을 해야 한다. 흐름이 변화되는 과도기에서는 흔들리는 개발자들이 많겠지만 뚝심있게 밀어 붙어야 한다. 특정 장르가 인기를 끈다고 속성으로 빨리 만들어 그 시장을 나눠 먹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시장의 흐름이 변화는 것을 맞춰야 하고, 그 흐름에 맞춰 개발을 끝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리=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참고> '아틀란티카' 해외 서비스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