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사는 신생 회사로 최근 신작을 공개했습니다. 신생 회사 답지 않게 유명 연예인을 홍보모델로 발탁하고 기자간담회도 일류 호텔에서 치뤘지요. 자금이 없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회사라서 큰 기대를 안했던 참석자들도 기자간담회 내실과 규모에서 다시 놀랐다는 후문입니다.
기자간담회를 하면 기념품 같은 것을 주는데, G사의 기념품은 '전투'와 관련된 것 입니다. 척박한 야생에서 생존이 가능케 하는 칼과 부싯돌, 응급상자 등 군인용 물품이었죠. 아마도 신작이 전투를 소재로 한 FPS 게임이라 컨셉을 그렇게 잡은 것 같습니다.
기념품에는 조악한 구급상자가 하나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이 물품이 아닌 다른 것을 줄려고 했다더군요. 그것은 바로 미군 전투 식량입니다. 'Ready-to-Eat' 뜻의 약어로 'RTE'라 불리우는 이 전투식량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C팀장은 컨셉에 맞게 이 전투식량으로 기념품의 대미를 장식하려고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태원 거리를 다 뒤져 이 물품을 취급하는 제임스 상사를 만나 200박스 가량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미군 식량 판매가 합법적인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쨋든 이렇게 준비를 마친 C팀장은 뿌듯함에 마지막 보고를 임원진을 모아놓고 했습니다. 그런데 법무이사가 전투식량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 했다고 합니다.
"전투식량 먹고 기자들이 설사라도 해서 소송을 걸면 어떻게 할 거예요? 당장 빼세요."
C팀장도 그 점을 염두해 올해 나온 최신 전투식량으로 구비를 마쳤지만 법무 이사의 말에 논리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간담회 전날 기념품을 다 뜯어서 응급약상자를 넣었다고 합니다. 200박스나 되는 전투 식량은 자기집 옷방에 넣어뒀고요.
와이프가 이것만 보면 언제 치울거냐며 투덜되고 그럴 때마다 C팀장의 가슴은 찢어진다고 하네요. 물론 열심히 상품을 구해준 제임스 상사에게도 미안하고요.
이상 이색적인 기념품으로 기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려 했던 C팀장의 이야기로 오늘 ABC는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