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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디소프트 신달수 팀장 - 온라인게임의 PM과 자질

[[img1 ]]온라인 게임의 역사가 어느새 십여 년을 훌쩍 뛰어넘어 15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온라인게임이 어느새 산업 군으로 자리를 잡았고 새로운 직업군과 역할이 생겼다. PM이라는 직업도 그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게임 업계에는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PM, 디렉터, 시스템관리자, QA 등이다. 이 직업들도 세분화 하면 디자이너도 수행하는 업무에 따라 UI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2D, 3D 모델링 맵핑 디자이너 등 정말 다양한 용어로 불려지고 구분된다. 처음 온라인 게임업계를 접하게 되는 사람은 혼동을 겪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물론 프로그래밍, 기획, 그래픽, 음악 등으로 나뉘는 게임 제작분야는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있다.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각 직군에 대해 정보도 많다. 또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스킬이나 직군에 대한 설명 매뉴얼들도 어느 정도 규정돼있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 게임업계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과 직군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의 이해도가 굉장히 엷다. 필자도 게임업계 외의 주변 지인들에게 스스로 PM이라고 소개할 때에는 애로사항이 많다.

PM(사업PM)을 간단히 설명하면 하나의 온라인게임을 총괄하며 '개발-런칭-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제반 사항을 수행 및 지원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책임자 내지 업무 수행자를 지칭한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잡일부터 시작해 다른 팀과의 협업을 수행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업무를 수행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중재하거나 의사 결정을 하는 등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일을 맡는다.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회사마다 세부적으로 업무를 규정하고, PM들도 특화된 영역별로 배분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해당 프로젝트의 책임자 내지 관리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PM이라는 직군은 이렇게 상황과 소속된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일를 수행하기 때문에 '배워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다'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물론 다양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문서 작성 능력부터 프로그램, 통계 지식,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에 대해 배우거나 관련 학과를 전공하면 유리하다.

개인적으로 이런 '틀에박힌' 이야기 보다는 경험을 통해 PM이 가져야 할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PM'을 꿈꾸는 이를 위해 몇 가지 다뤄볼까 한다.

◆모니터 너머에 당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많은 PM들은 고객가치와 고객 편의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는 성과에 대한 압박과 실무적 통계 분석, 폭주하는 업무량으로 인해 실제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들을 하나의 지표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이 바라보는 모니터상에 표시되는 동시접속자 숫자가 '1'이라 하더라도 저너머 어딘가에 있는 자신과 같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우리가 있는 산업군은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제품을 만들고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슈퍼크런처가 되어라. (*슈퍼크런처 –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유용하고 결정적인 정보를 추출해내는 사람들)
제목만 봐서는 전자와는 어쩌면 배치되는 이야기로 착각 할 수 있겠지만 PM을 하기 위해서는 숫자에 능통해야 한다. 숫자가 의미하는 바와 데이터의 분석, 무수히 많은 숫자들을 단순한 정보에서 지식으로 가공해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고객을 숫자로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신의 제품(게임)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하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이나 호텔, 항공업계 등 많은 기업과 정부는 대규모 '데이터세트'를 분석해서 외관상 무관한 일들 사이의 경험적 상관관계를 발견하고, 현실세계의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데이터세트는 저장 규모가 메가바이트가 기가바이트가 아니라, 테라바이트나 페타바이트다.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데이터들을 모으고 가공하고 활용한다.

쉬운 예를 설명하자면 어느날 외국 여행을 가기 위해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한다면 은행은 즉시 그 사실을 데이터화해서 분석하고 한다. 당신이 갈 여행지의 환율 정보라던지 자신들의 은행을 이용할 경우 환전수수료 등을 절감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고, 고객이 다른 곳을 이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서비스를 미리 제공한다.

데이터마이닝은 그래서 중요하다. 고객과 게임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해 많은 분석들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분석가가 없는 경우 PM업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아직 온라인게임 업계는 타 업종에 비해 분석기법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에 숨겨진 행간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길러야 한다.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며 생각하라.(개발, 운영, 사업을 경험해라)
개발팀도 역시 해당되는 사항이지만 주변에 종종 사업PM은 개발팀을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팀은 사업PM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시각의 차이가 있을까. 원인이야 많겠지만 균형 잡힌 시각을 지니지 못하고 자신의 직군에서 바라보는 입장만을 고수하는 경향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라인게임업계가 십여 년을 훌쩍 뛰어넘고 성장했만 아직 개발, 운영, 사업을 모두 경험한 PM이나 개발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즉 시작단계부터 포지션이 고정돼 다른 경험을 심도 있게 해보지 못하거나 회사의 정책이나 제도가 부재해서 개인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운영팀에서 1년 이상 고객응대를 하고 개발팀에서 1년 이상 개발에 참여하고 사업PM으로 게임서비스를 런칭까지 1번 이상을 경험하는 프로세스 등을 통해 PM을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정말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운영), 그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며(개발),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사업)를 알 수 있다. 또 의사결정을 할 때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개발, 운영, 사업을 모두 경험하고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일부 사람들을 만나보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밖에 경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생각할 때는 어느 정도 중견 기업이상에서 세가지 분야를 실무적으로 모두 '제대로' 겪었던 사람은 아마 몇십명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관리자급이 된 후 실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주워 들었던 경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이 중요하다.
사업PM은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 중 하나다. 천차만별 다른 상황에서 가치관이 틀린 사람들을 만나서 협상하고 설득하는 것이 주요한 일중 하나다. 그 때문에 '주술 호응'을 분명히 하고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한 쉬운 표현과 예의 바른 언어습관도 중요하다. 필자 역시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표현은 늘 말로 해줘야 한다. 다른 사람을 말로 설득하기 위해서 바른말, 예쁜 말(예의바른말)은 가장 중요하며 말처럼 중요하고 강력한 무기는 없다. 말이란 상대를 한없이 존중할 수도 있고 깔아뭉개는 데에도 쓰인다. 말투는 상대의 인격을 느끼게 해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마지막으로 파울루 코엘료 '연금술사'의 한 구절을 인용할까 한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성공의 경험이 자신에게만 있는 특별한 재주라고 착각하는 순간 인생은 가혹한 시험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많이 듣고, 가슴을 열고,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것을 잊지 말길 당부한다.

윈디소프트 '러스티하츠'팀 신달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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